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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Sep 22. 2020

플랫폼의 시대, 우리가 플랫폼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닉 서르닉.『플랫폼 자본주의』.

플랫폼 기업이 현재의 자본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그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얘기는 관련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겹도록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사실 이 주장에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이행 혹은 공고화는 가야만 하는 길이며, 우리에게 바람직한 미래상일까? 닉 서르닉은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플랫폼 중심 자본주의로의 이행과정을 살피고 플랫폼 자본주의의 특징과 문제점을 짧고도 간명하게 설명한다.  

    

“플랫폼은 데이터 추출과 네트워크 효과의 창출에 기초한다(101쪽).” 플랫폼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많은 이용자가 플랫폼에 참여해야 한다. 많은 이용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용자의 흔적이 플랫폼에 쌓이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현재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이용자를 자신의 플랫폼에 묶어 두는 기능을 한다. 또한, 많은 이용자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다른 이용자들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유인할 수 있는 예측도 한결 수월해진다. “이용자가 수행하는 모든 행위는 아무리 사소해도 알고리즘 개선에 사용되고 과정의 최적화에 기여한다(102쪽).”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이용자와 이용자를 매개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자신이 콘텐츠,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슈퍼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기업들은 거의 전 분야의 기업들을 M&A를 통해 인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생산, 유통에 이르는 전반을 통제할 수 있어야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센서에서 상품까지 데이터 흐름에 병목이 생기면, 더 많은 가치생산에 장애가 일어난다. 따라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데이터 층위의 모든 요소를 확보하려는 확고한 경향이 나타난다(106쪽).”     


플랫폼이 강력한 모델인 이유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산업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파는 것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은 유통 분야를 거의 전분야로 확장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콘텐츠와 음원을 유통시키는 미디어 사업자이기도 하다. “플랫폼은 핵심사업 주변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그 내부에 핵심 지위를 차지하려고 한다(107쪽).”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닉 서르닉은 ‘생태계 전략’이라고 부른다. “생태계 전략은 전형적인 포드주의 기업의 수직적 통합도 아니고 포스트포드주의 시대의 린 사업방식도 아니다. 오히려 리좀적 연결과 비슷한 형태로, 그 이면에는 핵심 플랫폼 지위를 유지하려는 지속적 노력이 존재한다(107쪽).” 각기 출발점이 달랐던 플랫폼들은 이제 모든 영역을 플랫폼을 중심으로 통합하고자 한다. 이를 ‘수렴’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에 영역을 가로질러 경쟁이 벌어지고, 최종적으로 수렴 현상이 일어났다(112쪽).”     


플랫폼의 강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개방성에 있었다. 닉 서르닉은 광고 경쟁에서 한계에 봉착하면 플랫폼의 주요 서비스는 유료화될 것이고, 이는 격차를 유발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뿐 아니라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에서 폐쇄형 비즈니스 모델로 플랫폼 모델이 바뀌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주요 플랫폼 회사는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거대한 크기로 성장하지만, 이런 경향은 시장의 압력이 작용함에 따라 서로 형태가 닮아가는 수렴 경향으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경쟁자를 물리치는 핵심 수단으로 폐쇄 전략이 출현한다. 이런 분석이 옳다면, 자본주의 경쟁은 인터넷을 분절된 공간으로 몰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 결론이 아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 안에는 이런 결과로 나아가는 강력한 경쟁 압력도 있지만, 정치적 활동으로 그 결과는 뒤집히거나 적어도 멈춰질 수 있다(116쪽).”     


위의 단락은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분석한 플랫폼의 특징을 핵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플랫폼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성찰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자 한다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일은 플랫폼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플랫폼은 우리의 디지털 인프라구조에 점점 더 손을 뻗고 사회는 플랫폼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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