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성과 진화
<힐빌리의 노래>, <퍼펙트 케어> 그리고 <미나리>
by
노창희
Apr 26. 2021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당 영화를 두 편쯤 보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좀 버겁기도 한데,
영화를 보는 것보다 영화를 보고 남는 게 있어서 좋다.
예상대로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금주에 본 <힐빌리의 노래>와도 관련이 있어서
윤여정의 수상 소식으로 시작해 본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글렌 클로즈도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두 편 다 본 입장에서 누가 받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연기가 좋았다는 뜻)
아카데미의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나쁜 의미가 아니고 시상도 일종의 정치적 행위다.
<기생충>부터 시작된
골든글러브, 그레미와 다른 길을 가는 아카데미의 지향성은
인정해 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미나리>가 좋았던 것은 단순히 이민사가 아니라
구원과 실존 그리고 우연성에 관한 얘기가 담겨 있어서였다.
<미나리>에서 윤여정이 분한 순자는
인간의 삶이 필연적으로 그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우연으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이 부분이 묘하게 윤여정의 인생과 겹쳐 보인다.
원작인 책(『힐빌리의 노래』)에 따르면 힐빌리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기적적으로 성공한 J.D 벤스의 이야기는 실화가 아니라면
수많은 아메리칸 드림의 서사 중 하나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는 어느새 특수한 서사에서
보편적인 서사로 도약하게 된다.
<퍼펙트 케어>는 취향을 타지 않고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과 같은 경제, 사회적 구조에서
‘돌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게 된다.
그 전에 이 영화는 무척 재밌다.
로자먼드 파이크, 에이사 곤살레스, 피터 딘클리지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왕좌의 게임>을 보신 분이라면 피터 딘클리지가 무척 반가우실 거 같다.
바뀌기 어려운 게 사람인데
입맛은 바뀌기도 하는 것 같다.
30살 즈음에 홍어가 좋아졌던 것처럼
40살이 넘어서 평양냉면이 좋아지고 있다.
취향뿐 아니라 나라는 인간 자체도 좋은 쪽으로 진화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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