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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Dec 26. 2023

생성형AI와 스트림플레이션, 2024년의 맥락들

<한국대학신문> [노창희의 미디어와 컬처]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오고 있다. 영상산업을 중심으로 미디어 산업과 정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연말연시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지난 한 해의 맥락을 살피고, 내년의 맥락을 헤아려 보는 때이기도 하다. 영상산업은 콘텐츠와 플랫폼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로 이뤄지며 콘텐츠와 플랫폼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각각의 요소만큼 혹은 그 이상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플랫폼 그리고 다른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맥락이다. 미디어 생태계는 기술이 진화할수록 복잡해지고,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각론보다는 총론 차원의 맥락이 중요해지고 있다.      


2023년 영상산업을 포함한 전체 산업 분야의 핵심어가 ‘생성형AI’였다는 점에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영상산업에 국한해 보면 생성형AI는 실제로 적용되고 상용화가 이뤄지는 분야도 있으나 직접적 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메타포로 기능하고 있는 부분이 더 큰 듯하다. 생성형AI를 통한 제작에 반대했던 미국 작가노조의 움직임은 창작자들이 기술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던 사례였다. 하지만 앞으로 생성형AI가 인간의 창작 행위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성형AI는 창작 행위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도 있다는 중대한 물음을 다시 한번 제기했다는 점에서 2024년에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생성형AI는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FAST 서비스의 추천 기능을 고도화시켜 주고 1인 제작의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잠재력이 2024년에 어떻게 구현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과 경기 침체는 이용자들에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게 만들었다. 물론 무거운 주제의 콘텐츠가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전반적으로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들의 선전이 돋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실례로 연애 리얼리티의 풍년 속에 〈나는 솔로〉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화제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30일〉 〈달짝지근해: 7519〉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들은 각각 216만과 13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한동안 주춤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이 2024년에도 이어질지 두고 봐야 한다. 로맨틱 코미디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영상산업 관련 사업자들의 재정 측면이 안 좋은 상황 속에서 2023년의 성공사례를 발판으로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리얼리티와 로맨틱 코미디의 강세는 2024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성공한 작품들과 다른 변별점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제’라는 용어는 이제 국내에서도 친숙한 용어가 됐다. 시즌제와 관련해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콘텐츠는 〈범죄도시〉가 아닌가 싶다. 거리두기 해제 시점에 개봉했던 〈범죄도시2〉는 126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2023년에 개봉했던 〈범죄도시3〉는 1068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2024년 5월에 개봉할 〈범죄도시4〉까지 천만 관객을 동원한다면 범죄도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3편의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시리즈로 기록될 것이다. 시리즈물이 갖는 장점은 IP가 가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영상상품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일반화돼 있던 시즌제는 이제 국내에서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국내에서 폭넓게 활용하는 제작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2024년에 공개될 수 있는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될 것이고, 시즌제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다른 지면에서 몇 차례 언급한 것처럼 시즌제의 성공 여부는 유의미한 변주를 통해 ‘차이와 반복’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24년에도 역시 많은 시즌제 콘텐츠가 돌아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용자들이 시즌제 콘텐츠의 귀환에 만족하려면 여기에 합당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홍수 속에서 시즌제 콘텐츠가 성공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상상력이 동반될 때 좋은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얘기를 꺼냈지만 2024년에도 국내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움직임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국내에 공격적 투자를 지속해 왔고, 앞으로도 대한민국과의 동행을 이어 나가고 싶어할 것이다. 올해 가장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콘텐츠 중 하나는 ‘무빙’이었고, ‘무빙’을 통해 디즈니플러스는 국내에서 반등 모멘텀을 마련했다. 2024년에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국내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IP를 내주는 등 공동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협력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2024년에도 이용자들은 수많은 플랫폼과 콘텐츠 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 수 있다. 시장의 한계 속에서 요금 다양화 정책을 꺼내 둔 OTT 사업자들은 광고요금제를 도입하는 한편 요금을 인상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로 인해 인상된 OTT 요금은 스트리밍(streaming)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인 신조어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을 탄생시켰을 정도로 이슈가 되고 있어서다. 이용자들은 이제 자신에게 최적화된 플랫폼을 선택하기보다 내가 제일 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미디어 이용이 될지 모르는 환경에 놓여 있다. 콘텐츠와 플랫폼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것이지만 콘텐츠와 플랫폼을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것은 이용자의 몫이다.      


〈오펜하이머〉와 같은 영화는 180분의 러닝타임이 소요되어도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 러닝타임이 긴 콘텐츠는 지금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인 이용자의 관심 측면에서 보면 선택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만으로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이용자가 존재하는 한, 생성형AI 시대 성찰적인 영상 콘텐츠 소비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생성형AI에 대한 연구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이용 능력이 높은 이용자가 생성형AI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좋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AI 시대 미디어 이용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2024년에 형성될 맥락에는 이번 칼럼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제 2024년을 맞이할 시간이다.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57148

출처: 이 글은 <한국대학신문>에 같은 제목으로 12월 24일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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