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발전과 신뢰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이하 ‘AI 기본법’)이 2024년 11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이해관계자에 따라 AI기본법 통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이하다. 인공지능 규제와 관련된 접근 방식 자체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진흥 중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에서는 생성형 AI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 진흥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big tech)들의 국내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유럽식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산업 전체가 디지털 플랫폼,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에 대한 접근 시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관점의 경합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에 대해 ‘전환에 따른 가치의 재설정’과 ‘제도 설계’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신문,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 관련 제도의 개편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 관련 입법은 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술적 환경에 대응하여 이와 관련된 입법 등 준비를 서두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기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파급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그리고 혹여 이와 같은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대전환, 생성형 AI 환경에서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들이 지속 생존할 동력을 마련하기 녹록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비가역적인 흐름이라고는 해도 레거시 미디어들이 자연스럽게 힘을 잃어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선호하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다. <넷플릭스(Netflix)>가 국내에 정착한 과정은 이를 잘 보여주는 방증이다. <넷플릭스>는 대한민국에서 콘텐츠를 제작 혹은 수급하여 국내 시장에서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고, 오히려 대한민국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광고 감소, 유료방송 가입자수 감소 등 레거시 미디어 산업의 쇠락은 징후를 넘어서서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산업 관련 매출액은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지만 산업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무리 정보환경이 디지털화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가지고 있는 공적인 역할과 공론장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여전히 언론 보도와 관련되어 있다. 국내 언론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과 혐의에도 불구하고 ‘좋은 언론에 대한 고민’(고문정, 2024)이 필요한 이유는 언론이 생산한 뉴스가 여전히 이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정보원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레거시 미디어를 대표해 왔던 두 축인 저널리즘 영역과 방송산업 영역이 처해 있는 상황을 포괄적으로 진단해 보고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 산업이 존립할 이유가 있는지 그렇다면 정책 측면에서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신문과 방송을 막론하고 레거시 미디어에게 요구되어 왔던 규범적 가치는 ‘공공성’이다. 여기서는 공공성을 그간 레거시 미디어에게 요구해 왔던 포괄적인 공적 가치로 규정하고 공공성, 공익성 등 세부적인 개념의 차이에 대해 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환의 관점에서 규제 혁신 방향을 모색하는 이 글에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에게 기대했던 공공성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고, 어떠한 방향으로 재설정해야 하느냐이지, 세부적인 개념의 차이를 다루는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 퀠렌버그와 멕퀘일(van Cuilenburg & McQuail, 2003)은 미디어의 공적 가치를 대표하는 공익성을 정치적 차원의 복지, 사회적 차원의 복지, 경제적 차원 복지로 삼분화하여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공익성을 구현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인 민주주의 구현, 표현의 자유, 이용자에게 보장해줘야 하는 사회적 문화적 복지,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적 가치인 혁신, 고용, 이윤 창출 등의 가치가 종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이미 미디어가 구현해야 할 공적인 가치는 21세기를 전후로 이미 순수하게 공적인 성격만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공공성은 여전히 낡은 개념이 아니다. 시대적 환경에 맞게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개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레거시 미디어도 낡은 시대의 유물로 취급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수행해야 하는 가치와 역할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 이에 부합하는 정책 가치 수립과 규제 혁신도 필요하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외에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레거시 미디어 역할 재정립을 위한 실천적인 방안 마련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공공성 관련 논의가 미디어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녀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규제와 감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구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공공성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레거시 미디어의 책임이 미디어이기 때문에 주어졌다면 이제는 지속 생존하기 위해 구현해야 할 공공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2. 미디어의 새로운 규범적 가치 모색 필요성과 규제 혁신 방향
1)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와 ‘탈’ 한계 전략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레거시 미디어들은 위기를 맞이했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위기는 단순히 산업적인 차원에서만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구현해야 할 공공성은 언제나 중요하게 여겨져 왔고,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논의되고 있다. 또한, 미디어의 영향력은 산업적 가치와도 연동되어 있는 부분이다.
저널리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문은 이미 21세기 초부터 위기라고 규정되어 왔다.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의 보편화는 매체 지형 측면에서 전통 신문산업의 쇠락이라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 방향으로 산업의 지형이 변화한 것이 아니라 신문사들이 자체적인 플랫폼을 통해 뉴스 소비 접점을 구축하는데 실패하면서 포털 중심으로 뉴스 유통이 이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탈포털’은 신문사들이 극복해야 과제가 되었고 ‘우라까이 매체’(이재원, 2023), ‘어뷰징’(유경한, 2021; 조영신, 2015) 등의 문제는 저널리즘의 품질 자체를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포털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기술적 환경의 변화가 무조건 도태로 이어지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저널리즘 분야가 위기를 맞이한 근본적인 원
인은 변별적인 고유한 가치 창출의 실패라고 보는 관점이 존재한다(이준웅, 2010).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낮아진 언론의 신뢰는 언론이 정보 습득을 위한 필수 매체가 아니라는 인식을 팽배하게 만들었다(고문정, 2024).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환경은 저널리즘 위기 중 하나의 문제이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의 위기와 무관하게 언론은 앞으로 계속 존재하며,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좋은 언론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 영역과 더불어 방송을 포함한 영상산업은 국내 레거시 미디어 지형을 이루는 주축이다. 영상산업 영역은 저널리즘 영역과 달리 21세기 이후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류’는 대한민국의 국격 향상과 수출 증대 등에 기여하면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건 대한민국의 주요한 국정과제로 ‘미디어 산업 진흥’이 포함되게 되었다.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 진입하면서 국내 레거시 영상 미디어들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고 유튜브(YouTube)를 통해 K-POP이 전세계에 유통되면서 국내 문화산업 전체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내 영상산업과 글로벌 사업자는 긴장 관계를 맺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국내 레거시 영상산업은 위기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류’를 선도했던 지상파 방송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성장과 디지털 영역에서의 동영상 소비 증가로 주요한 매출원이었던 광고가 급감했다. 아울러, 언론사로서의 신뢰도와 영향력도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는 지상파 보도가 정파적이라는 인식, 종편 등 다른 방송 사업자의 영향력 증대 그리고 인터넷 중심 뉴스 소비가 영향을 미쳤다. 언론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는 종합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상파의 낙폭이 가장 커 보이는 이유는 보도 매체로서 지상파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케이블TV로부터 시작된 유료방송 플랫폼의 위기는 이제 IPTV에게도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IPTV가 등장하면서 위기에 내몰린 케이블TV SO 사업자들은 2010년대 중반을 전후로 매각을 통해 시장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전반적인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 개편으로 나타나게 된다. 2020년을 전후로 하여 유료방송은 IPTV 위주로 재편되었다. 하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하여 급속하게 이뤄진 영상 시장의 디지털 대전환은 IPTV의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 유료방송의 경우 2023년 최초로 가입자수가 감소하고 VOD 매출이 급속하게 감소 하는 등 이제 위기는 징후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대한민국 저널리즘 관련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포털의 역할이다. 뉴스 소비 환경이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한민국 뉴스 유통의 중심 플랫폼은 포털이 되었고, 신문사들은 자체 플랫폼을 통한 뉴스 제공을 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저널리즘 영역에서 언론의 혁신 방안으로 모색되어 온 것이 이른바 ‘탈포털’ 전략이다. 저널리즘 영역에서는 여전히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가장 많지만 포털을 벗어나 뉴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탈’ 포털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오세욱·정영주, 2023). 신문사가 탈포털 하기 위해서는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지 않거나 생산하는 뉴스를 선별해서 제공하는 방안 그리고 근본적인 타개책으로 유료화 모델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최진순, 2022). 실제로 국내 언론사 중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유료로 뉴스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꼭 유료화 모델이 아니더라도 국내 언론사들이 탈포털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 역시 한계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영역에서 국내 포털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SNS 위주로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성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언론사들은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데이터 분석을 강화하고 있고, <동아일보>와 <한국경제>는 인공지능 활용을 강화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도 IT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최진순, 2024).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지만 국내 언론사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도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 대응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이와 관련된 정책적 지원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국내 레거시 방송미디어 사업자들도 지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계기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MBC>, <SBS>와 같은 지상파 사업자들은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반전의 모멘텀을 모색하고 있다. 지상파의 스튜디오화는 단순히 제작 부문 분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OTT 등 디지털 유통, 사업 다각화 등 다양한 포석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이성민, 2024. 8. 1). 지상파들은 유튜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레거시 방송 미디어 중 혁신의 행보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CJ ENM>이다. <CJ ENM>은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 왔을 뿐 아니라 OTT 플랫폼 <티빙(TIVING)>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OTT 중 <넷플릭스>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KBO 중계가 좋은 반응을 얻어내면서 월간활성이용자(MAU) 80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CJ ENM>은 방송채널, 영화, 음악, 공연 등 기존 포트폴리오에 경쟁력 있는 OTT 플랫폼을 확보하면서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우도 인공지능 서비스에 투자하고 데이터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레거시 미디어가 맞이한 위기는 자초한 측면이 상당하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는 여전히 기대받는 역할이 있다. 언론은 좋은 뉴스를 생산하여 양질의 정보환경을 구축하는데 기여해야 하고 레거시 영상사업자들은 자국 콘텐츠를 유독 좋아하는 국내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해야 한다. 사업자들의 위기 돌파는 사업자들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를 위한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이를 위해 정부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정책 가치와 규제 혁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2) 새로운 규범적 가치 모색과 규제 혁신 방향
저널리즘 분야와 영상 미디어 중심으로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의 어려움과 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 방향을 살펴보았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책 가치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미디어 분야 정책가치에 대해서는 학술적인 차원에서나 부처 차원에서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 가치 논의가 실천적으로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차원까지 실질적인 정책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이 문제다.
아래의 ‘미디어 규제 개혁 방향’은 레거시 방송 중심으로 규제 개혁 방향에 대해 도식화해 본 것이다. ‘정책 가치 재설정’, ‘정책 개선 과제 이행’, ‘법제 개편’ 세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는 각기 다른 세 차원에 놓여 있는 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정책 가치 재설정이 필요한 이유는 공공성을 비롯하여 기존의 정책 가치들이 현재의 맥락에 맞게 다시 고안되어야 하며, 그간 레거시 영역에서 정책 가치 중 중심적인 논의 대상이 되어 오지 못한 ‘자율성’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그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림 1> 미디어 규제 개혁 방향
출처: 노창희(2024) 기반으로 일부 수정
저널리즘 영역은 본질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분야다. 표현의 자유라는 본원적인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와 새롭게 대두한 문제를 고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은 필요하다. 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율규제를 정교화하고 뉴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어뷰징’ 등 포털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자율규제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대해서는 전재료, 광고수익 등 공정한 대가 배분의 문제, 알고리즘, 인공지능 등 뉴스 추천의 문제, 입점심사 및 퇴출 등 언론사 입장에서 논쟁적인 이슈들이 제기되어 왔다. 반면, 뉴스 어뷰징과 광고형 기사가 감소한 것 등은 성과로 평가받아 왔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여러 가지 논란들을 양산해 내며 2023년 5월 네이버와 카카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최근 뉴스제휴심사를 재개하면서 네이버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박서연·금준경, 2024. 12. 4).
그간 정부에서 추진하기로 한 정책 개선 과제에 대한 이행 점검도 필요하다. 방송 분야의 경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것이 지상파 중심으로 적용되어 온 법체계의 지속과 낡은 규제의 문제다(홍대식, 2020).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여전히 경직된 광고 형식 규제와 심의를 적용받고 있고, 다양한 편성 규제도 적용받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인·허가와 관련된 규제뿐 아니라 상품 구성, 채널 편성, 요금제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부처에서는 규제 개선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으나 규제 개선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범부처 합동으로 진행된 미디어·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2024년 3월 13일)에서는 레거시 방송 미디어에 대한 ‘인·허가제 개선’, ‘소유겸영규제 완화’, ‘콘텐츠 제작 및 편성 자율성 확대’, ‘광고규제 완화’ 등을 정책 과제로 제안한 바 있다. 미디어·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포함하여 그간 미디어 관련 부처에서 제안된 정책의 이행과정을 점검하고 아직 개선 되지 못한 과제는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정책에 대한 논의로 이 글을 열었는데 방송 분야를 중심으로 미디어 분야의 경우 큰 틀에서 법제도적 정비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각 부처별로 개선안을 고민하고 있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시대적 변화에 맞는 레거시 미디어 분야 법·제도의 재편은 언제 이뤄질지 예측이 난망한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법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에대한 다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현실적인 적용이 어렵다고 해서 준비하지 않는다면 기회가 찾아왔을 때 실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가치 재설정’, ‘정책 개선 과제 이행’, ‘법제 개편’ 등에 대한 준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정책 가치 재설정이 이루어져야 합리적인 규제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정책 리모델링에 실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현안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므로 그간 논의되어 왔던 정책 과제들에 대한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큰 틀에서의 법제 개편은 준비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이 또한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
3. 제언
본고에서는 큰 틀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처해 있는 위기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제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널리즘 영역이나 영상산업 영역이나 제도적으로 인터넷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국내 레거시 미디어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도란 단순히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법·제도를 포함한 광범위한 차원에서 업계의 관행까지도 포괄한다. 법·제도만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내의 역학 관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다양한 주체들도 모두 문제가 노정되어 온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는 미디어 산업과 전반적인 정책적 프레임 간 간극이 유독 큰 국가다. 산업의 발달에 비해 정책적 대응이 뒤처져 있는 국가라는 것이다. 산업의 규모 면에서도 그러하지만 미디어 산업이 가지고 있는 위상에 비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 영역의 대두에 대한 대응 실패는 국내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폴리(Napoli, 2023)는 미국에서 미디어 정책에 대해 전통적인 논의의 구도에서 탈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터넷, 플랫폼 관련 정책이 망중립성, 데이터, 디지털 격차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통적인 정책 틀이 환경의 변화에 부합하게 논의되고 있지 못한 실정에서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정책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내는 인터넷 환경에 부합하는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면서 전체적인 논의 구도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인공지능 환경에 대한 법·제도적 필요성은 높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레거시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제도적 고민도 병행되어야 한다.
저널리즘 영역의 경우 현실적으로 필요한 고민은 언론사와 포털이 상호 간에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상생을 기반으로 정책 가치를 고민하고 이를 기반으로 언론사와 포털 간의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등 수년간 대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어 왔지만 탈포털 전략과 함께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 지점은 언론과 포털 간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이다(이종관, 2021). 탈포털에 관한 고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저널리즘 생태계가 처해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포털과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언론사와 포털이 겪고 있는 수익 배분의 문제,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 문제 등은 다른 플랫폼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므로 포털과의 상호호혜적인 관계 설정은 언론사가 디지털 환경에 대응해 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포털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언론사는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 뉴스를 유통시키는 비중이 늘어나게 되고, 이 경우 포털과의 경험이 전례로 작용하게 되므로 이를 위해서라도 포털과의 상생적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규제 영역에 가까운 저널리즘 영역에서 필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자율규제의 정교화와 더불어 이용자 보호 방안이다. 허위조작정보, 딥페이크(deepfake) 등 이용자가 현재 노출되어 있는 정보환경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리터러시 등 이용자의 이용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노력이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정비는 반드시 필요하고 현재도 딥페이크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인터넷, 인공지능 기반 환경에서는 결국 이용자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영역은 본질적으로 사전규제 등 강한 규제적 장치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선적으로 이용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적 기반에 의해 발생하는 이용자 피해에 대해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접근하기 쉽게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제도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으며 「형법」, 「정보통신망법」, 「공직선거법」, 「민법」 등 현재 마련되어 있는 법령으로도 대응이 가능하다(노창희, 2024b).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현재
의 상황을 명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적 진화는 이용자의 편의를 높여주는 한편,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을 이용자가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며,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용자에게 적확한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 놓여 있는 이용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정보환경 속에 살고 있고 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도움이 되는 신호보다는 소음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소음 속에서 신호를 읽어내는 분석력이다(Silver, 2020/2021). 이와 같은 능력 함양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원론적인 차원의 얘기지만 저널리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고문정(2024)은 좋은 언론을 구성하는 세 가지 차원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의미하는 품질’, ‘사회적 가치를 의미하는 주목’, ‘상업적 가치를 의미하는 경제적 성과’ 이렇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포털 입장에서도 저널리즘 품질 향상이 중요하며, 다른 디지털 매체보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할 때 이용자들이 신뢰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언론과의 상생적 협력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기반 환경에서 언론사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지원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다만, 지원할 수 있는 예산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활용에 대한 의지가 있는 언론사에 국한해서 지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레거시 방송 사업자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자율성’을 높여주는 것이 절실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내 레거시 방송 사업자들은 다양한 규제로 인해 규제 형평성 측면에서 인터넷 사업자들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다. 방송사업자들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규제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미디어 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인 사업자, 정부 그리고 학계에 이르기까지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분명한 신호에 대한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맞이한 위기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레거시 미디어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도태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레거시 미디어가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치의 모색과 혁신 그리고 그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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