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폼 예능이 유튜브로 간 까닭은?

<반론보도닷컴> [노창희 미디어 콘텍스트]

by 노창희

필자에게는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혼술을 즐기며 주로 ‘성시경의 먹을텐데’나 신동엽이 진행하는 ‘짠한형’ 같은 유튜브 예능 콘텐츠를 즐겨 본다.


필자는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대중문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을 보며 자란 세대다. 어느덧 우리도 소위 ‘아재’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고, 술자리에서 썰렁한 개그를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런 우리 세대가 유튜브 예능을 안줏거리 삼아 즐기고 있다.


롱폼 예능의 부활과 숏폼의 대세 속 공존


유튜브 예능이라는 용어는 아직 공식적으로 정의된 바는 없다. 그러나 이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롱폼(long-form) 형식의 예능 콘텐츠를 일컫는다. 2024년 미디어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키워드를 꼽자면 ‘인공지능(AI)’과 ‘숏폼(short-form)’이다. 인공지능이 숏폼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대에 왜 다시 롱폼 예능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을까? 특히, 왜 유튜브 예능이 화제가 되는 걸까?


숏폼 콘텐츠의 이용량이 급증한 이유는 그 형식이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틱톡(TikTok)과 유튜브 같은 무료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숏폼은 짧은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여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높은 선택지가 된다. 특히, 장시간의 시청 경험을 견디기 어려운 젊은 세대에게 숏폼은 최적화된 영상 소비 양식이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중년층은 여전히 여가 시간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롱폼 콘텐츠를 선호하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53.4%가 이용료를 지불하며 OTT 서비스를 유료로 시청하고, 89.3%가 무료 OTT를 이용한다고 한다. 특히, 60대의 경우 유료 OTT 이용률은 18.1%에 불과하지만 무료 OTT 이용률은 81.2%에 달한다. 이는 중·장년층 대부분이 무료 OTT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숏폼이 대세라 해도 모든 이용자가 이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불경기일수록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인 미디어 소비량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예능은 드라마처럼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출연진의 개인기를 중심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에 대한 피로감이 적다. 이는 한 시간 이상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유튜브 예능의 차별성과 레거시 미디어의 과제


레거시 방송은 심의 규제와 방송사의 관행 등으로 인해 출연진이 ‘선’을 넘는 발언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 출연진의 역량이 더 잘 발휘될 수 있다. 이용자들 역시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며 만족도를 느낀다. 또한, 유튜브는 광고 규제에서도 자유로워 광고주가 이용자들에게 최적화된 광고를 제공하기에 유리하다. 도달률 측면에서 방송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광고 효과는 더 높아, 유튜브 예능이 광고주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유재석, 신동엽 같은 레거시 미디어 중심으로 활동했던 스타들이 유튜브 예능을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것은 시대에 맞는 선택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방송사들이 과거처럼 높은 출연료를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방송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앞으로 방송 스타들의 유튜브 활용은 더욱 적극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디어 생태계는 변화에 민감하지만, 기존의 역학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유튜브 예능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기존 방송 예능의 관습에 익숙한 세대가 유튜브의 편리함과 자유로움을 경험하며 새로운 시청 행태를 체화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레거시 방송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예능 콘텐츠는 어떤 유통 전략을 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형식의 실험은 새로운 변화에서 촉발되지만, 그 해답은 오래된 역학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출처: https://www.banronbodo.com/news/articleView.html?idxno=23674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1월 31일에 <반론보도닷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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