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콘텐츠가 갖춰야 할 덕목들이 있다.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재미'만이 전부는 아니다. 나의 소중한 여가시간과 경제적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콘텐츠 소비라면 재미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OTT를 대표하는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이런 측면에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1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직후인 2021년 3·4분기 주주서한을 통해 '오징어 게임'만큼 시대정신(Zeitgeist)을 잘 구현해 낸 콘텐츠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평했다.
에미상 수상 등 '오징어 게임'시즌1과 시즌2가 거둔 정량적·정성적 성과를 여기서 재론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서두를 '오징어 게임'으로 연 것은 이것이 우리에게 남긴 '생각할 거리'를 얘기해 보기 위해서다.
K-콘텐츠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류는 아시아에 국한된 것이었다. K-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위상을 획득하게 된 것은 넷플릭스를 통해 K-콘텐츠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IP 문제 등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미친 임팩트에 대한 우려점도 지속되어 왔지만 넷플릭스로 인해 K-콘텐츠의 위상이 아시아를 넘어서게 된 것만큼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K-콘텐츠와 K-POP이 획득한 상징자본의 힘은 산업 그 자체보다도 강력한 외부효과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고, 이 때문에 국가 이미지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K-콘텐츠가 범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2020년 이후로 K푸드 수출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K-콘텐츠가 강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분석이다.
콘텐츠가 갖는 힘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는 시즌1과 같이 다양한 전통놀이가 등장한다. 극 중 강대호(강하늘 분)의 공기놀이로 인해 공기가 해외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시즌1보다 넷플릭스가 다양한 산업과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광범위하게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단순히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는 게 아니라, K-컬처를 즐기는 하나의 장처럼 한국 대표 캐릭터, 음식, 뷰티, 패션, 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브랜드들과 협업을 확장했다.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의 세계관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대규모 스케일의 오프라인 익스피리언스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콘텐츠 소비는 콘텐츠 생산국 문화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도 제고한다.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콘텐츠 글로벌 유통을 통한 긍정적 브랜드 형성이 큰 도움이 된다.
K-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국내 콘텐츠 제작을 둘러싼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방송광고 매출은 하락하고 있고, 전체 방송시장 재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료방송 시장의 상황도 좋지 않다. 영화의 경우 새로운 영화 제작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콘텐츠 산업은 수출 등 타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방치할 수 없다.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이 가진 경쟁력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어 나가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업이다. 물론,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형성되어 있는 협력 관계의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하면서 부정적 측면에 대비하는 것이 막연하게 글로벌 사업자를 경계하는 것보다 현명한 대응 방식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해야 할 콘텐츠 게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출처: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5020702102369029001&ref=naver
이 칼럼은 같은 제목으로 2월 6일에 <디지털타임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