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고주협회>, KAA 저널
미디어 산업은 비즈니스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언론과 같은 미디어는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공적 영역으로 인식되게 된다. 두 번째 상당수의 미디어는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바로 광고 때문이다. 물론, 이용자는 광고를 접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미디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비용이 아닌 다른 형태의 비용을 치르는 셈이긴 하다. 이에 스마이스(Smythe, 1977)는 시청자가 광고를 시청하는 행위를 하나의 노동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광고 자체가 콘텐츠로 여겨지는 시대에 이용자들은 광고를 보는 대가로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편익을 누리고 있다. 광고주는 이용지표와 같이 매체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
이용지표는 꼭 광고 수주가 아니더라도 필요하다. 방송의 경우 콘텐츠 대가 등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자 간 B2B 거래 시에도 채널과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이용지표는 중요한 데이터로 기능한다. 이용지표는 당연히 매체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동영상 이용지표에 한정하여 미디어 맥락의 변화에 대응하는 이용지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측정방식이 왜 필요한지와 관련된 쟁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미디어가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미디어의 점유율을 조사해 왔다. 여론 독과점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미디어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방송법」에서는 제35조의4(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통해 방송의 다양성을 보장하고자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두고 있고, 방송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조사하고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방송법」 제69조의2(시청점유율 제한)를 통해 특정 방송채널의 시청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시청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콘텐츠 소비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미디어 소비가 이뤄지면서 시청률과 구독률 같은 전통적 이용지표의 가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방송에 한정하면 채널에 노출되는 시청자에 대한 측정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요소가 너무 많아질 만큼 시청의 맥락이 복잡해졌다. 물론, 방송의 경우 시청률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용지표다. 방송을 대표하는 이용지표로서 시청률은 통화(currency)로 기능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방송에서 초회 방송된 콘텐츠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등 동영상 이용환경이 복잡화되면서 특정 콘텐츠가 가진 가치를 시청률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졌다. 화제성이 높은 콘텐츠의 경우 방송을 통해서만 시청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는 동영상 소비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시장의 요구와 맞물려 통합시청점유율 논의가 이뤄져 왔으나, 현재까지 인터넷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동영상 소비 환경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공적 지표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새로운 이용지표의 필요성은 높아지는데 미디어 환경변화로 인해 이에 대한 측정은 더욱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OTT 등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이용지표 측정이 어렵고, 다른 동영상 매체와 통합해서 접근하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OTT 가입자는 MAU(Monthly Active Users, 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데, MAU에 대한 합의된 신뢰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접근 가능성이 가장 용이하기 때문에 각종 언론이나 연구자들이 MAU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닐슨에서는 미국의 방송을 포함한 동영상 사업자의 월간 시청 점유율을 발표하고 있다. 지상파(Broadcast), 유료방송(Cable), 스트리밍(Streaming) 등 동영상 사업자의 통합시청점유율을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기존 방송과 디지털 매체를 통한 동영상 소비 그리고 TV 단말기를 통해 소비되는 디지털 매체에서 제공되는 동영상 소비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신뢰 가능한 통합 시청 지표가 필요한 이유
국내에서는 유료방송 업계를 중심으로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통합 시청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이용자의 실사용 데이터를 통해 정밀한 시청 행태를 분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청 패턴 유형화나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 분석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LG헬로비전의 경우 2024년에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청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한 바 있으며, 데이터 구독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 시장의 디지털 대전환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는 이용자의 편의를 높이는 한편, 미디어 생태계의 맥락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산업 관점에서 광고주는 더욱 정확한 이용지표가 필요해 졌다. 디지털 광고도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미디어 사업자들은 광고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확하고 풍부한 데이터가 필요해지고 있다. 공적 차원에서는 정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고,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있어 다양성 측면에서 전체적인 미디어 생태계를 조망할 수 있는 지표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측정치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적 영역의 미디어 사업자들도 정부 차원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적인 미디어 이용 지표가 존재한다면 광고주와의 협상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광고주 역시 신뢰할 만한 공적 지표가 있다면 다른 데이터와 비교해 가며 정확한 매체의 가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한 맥락의 복잡화는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적인영역과 공적인 영역 모두에서 아날로그 시절부터 적용되어 오던 측정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이용지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https://www.kaa.or.kr/k/mag/2025/summer/KAA_journal_2025_summer_Chapter3_2.pdf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한국광고주협회가 발행하는 KAA 저널 2025년 여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