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보도닷컴> [노창희의 미디어 콘텍스트]
지난 7월 24일 네이버와 KBS가 인공지능 관련 업무제휴를 맺었다. 국내 기업 중 인공지능 관련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는 KBS에게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KBS는 네이버에게 학습용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과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이 플랫폼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콘텐츠를 가진 미디어 기업과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 기업 간 협업은 인공지능 생태계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타임즈와 오픈AI처럼 국내외에서 언론사와 플랫폼 기업 간 저작권 분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언론사들도 기술 기업과의 협업을 병행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전 산업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고 새 정부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기술적 기반이자 성장동력이다. 콘텐츠 산업에서도 이미 생성형 AI도입에 따른 제작 및 소비 방식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인공지능을 통해 국내 콘텐츠 산업이 유의미한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느냐와 이용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느냐다.
AI 시대, 콘텐츠 기업이 직면한 현실과 과제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영상 품질을 높일 수 있고,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드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매출 증대 등 직접적인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콘텐츠 기업은 인공지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기대할 수 있는 성과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용자는 생성형 AI의 발달로 콘텐츠 소비에 있어 선택권과 편의성이 증대되는 장점이 있지만 변화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리터러시 함양이 필수적이다.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은 AI가 생성해 낸 콘텐츠를 식별해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꾸준히 해 왔다. 유럽이나 국내에서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기본법 등에서 AI를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해서는 표시하도록 하는 등 법·제도적인 대응도 하고 있다.
다만, 콘텐츠 제작과 소비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따져볼 것이 많다는 것이 이 글을 통해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인공지능 활용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은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의 역량과 특정 산업의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으로 돌아오면 국내 콘텐츠 산업의 맥락에 맞는 인공지능 활용이 필요하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경쟁력에 비해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아서 학습을 위한 영상 데이터 확보와 관련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힘, ‘암묵지’
마이클 폴라니는 ‘암묵지(tacit knowing)’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지만 말로는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지식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는 법을 글이나 말로 배웠다고 해도, 실제로 몸으로 해보지 않으면 잘할 수 없다.
균형을 잡는 감각이나, 물 위에 뜨는 타이밍은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히는 지식이지, 이론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이처럼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몸에 밴 감각이나 노하우를 폴라니는 ‘암묵지’라고 부른 것이다.
장강명 작가도 『먼저 온 미래』에서 인공지능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암묵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 암묵지를 습득할 수도 있지만, 인간이 AI를 잘 활용하려면 자신의 암묵지를 끊임없이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콘텐츠 기업이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막연한 기술 도입보다는 자사에 맞는 전략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또한, 콘텐츠를 보유한 미디어 기업과 기술력을 가진 플랫폼 기업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상생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고, 이용자의 요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질문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고, 구조화된 고품질 콘텐츠를 선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신력과 전문성을 갖춘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며, 플랫폼과의 협력도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용자 또한 피해를 줄이고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AI 리터러시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곧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암묵지’를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려면 기업과 개인 모두 새로운 역량을 갖춰야 하는 시점이다.
출처: https://www.banronbodo.com/news/articleView.html?idxno=30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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