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설렘, 설렘과 두려움 사이: 달리기와 존재하기

2025년 10월 27일 – 2025년 11월 2일 주간

by 노창희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달리는 사람인지, 달리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사실 그 둘은 서로 나눌 수는 없다. 달리지 않는다면 글을 쓰지도 않을 것이며 글을 쓰지 않는다면 계속 달릴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는다. 달리기와 글쓰기는 나를 드러내는 두 가지 방법이다. 내 정신과 육체를 나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조지 쉬언, <달리기와 존재하기>, 22쪽).


무언가를 갑자기 시작하는 편이다. 매일 아침에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매일 아침에 걷기 시작한 것도, 매일 아침 뛰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말 “갑자기” 였을까? 아마도 무언가의 시작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었을 텐데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편이라 사후적 해석이 수반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주 단위로 달리기에 관한 글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 3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부분이 된 달리기와 관련된 기록을 남겨두기 위해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달리기는 지금과 유사한 형태로 계속했으면 좋겠고, 그렇다면 기록해 두는 편이 나를 위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에 관한 글은 철저히 나를 위한 글쓰기다. 하지만 나를 위한 글쓰기조차 특정한 공간이 없으면 글을 쓸 유인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브런치를 글쓰기를 위한 공간으로 택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는 이런 종류의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심각한 외적 위기에 직면한 때였다.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고, 정신적인 측면에서 극도로 지쳐있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육체적으로 항상 피로했던 것 같다. 나를 위한 글쓰기는 어느 정도 위기에서 건져 주었고, 단행본 출간이라는 성과도 가져다줬다.


몇 년 전 좋은 동료들과 창업을 했고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창업 이후 개인적으로 기회도 훨씬 많이 생겼고, 좋은 지면에 글을 쓸 기회도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발적인 글쓰기는 거의 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것과도 연관된 것일 텐데 전반적으로는 아니지만 나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모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느꼈던 것 같고 이건 거창하게 말하자면 존재론적 위기와도 연관되어 있다.

8월 초에 달리기를 시작했고, 내 방식대로 매일 쉬지 않고 뛰고 있다. 주 단위로 달리기에 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 전의 일이지만 최근에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친구 중 하나와 차 안에서 둘이 꽤 오랫동안 신나게 수다를 떨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존재론적 위기 그리고 중년의 위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어쨌든 나는 매일 뛰고 있다. 나에게 달리기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지만 달리기를 시작하고 글쓰기와 달리기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이는 조지 쉬언이다. 조지 쉬언은 달리기와 글쓰기를 분리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나는 그보다는 달리기와 글쓰기가 닮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항상 막막하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내가 마감을 해 냈다는 경험 밖에는 없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어제도 내가 10km를 달려 냈다는 사실 외에 목표한 달리기를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달리고 나면 항상 좋고, 달리기는 두려우면서 설렘이 동반되는 행위다. 때로는 설렘이 더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쉬운 달리기는 없다. 가끔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있을 뿐이다. 그게 러너스 하이인지 나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부상과 같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계속 달릴 것이고, 달리기가 내가 겪고 있는 어떤 측면에서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고 느끼고 있다.

이번 주는 대체로 10km를 5분대로 뛰었다. 이번 주는 아직 겨울은 아니되, 겨울을 알리는 서막과 같은 주였다. 월요일은 특히 추운 느낌이었고, 다른 날들은 익숙해져 인지 아니면 날이 좀 풀려서인지 춥다는 느낌으로 뛰지는 않았다. 나는 평일에는 새벽 4시 20분 전후로 뛰러 나선다. 당분간은 평일 10km를 5분대로 뛰고, 토요일에는 15km를 5분대로 뛰어 보려고 하고, 이번 주는 이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LSD(Long Slow Distance)로 2시간 반 정도를 달려 보려고 한다. 이 루틴에 대해서는 다음 주까지 이대로 달려 보고 할 얘기가 생기면 글로 써 봐야겠다.


달리기와 상관없는 얘기인데 이번 주에 나를 가장 사로잡은 콘텐츠는 차우진이 쓴 <관점을 파는 일>이다. “자기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 확실히 다른 게 보인다. 자기만의 무언가는 자신이 직접 움직일 때 생긴다. 관점이란 행동의 결과다(19쪽).” 다음 주부터는 달리기 얘기와 더불어 내가 본 콘텐츠 얘기도 같이 써 보려고 한다. 일정도 많고 마감도 많은데 달리기도 잘 소화해 내고 그 와중에 나만의 관점으로 무언가 해 나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