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관이 공존하는 복잡한 환경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과 환경에 따라 현실을 다르게 인지하고 해석한다. 어떤 이에게는 거짓으로 여겨지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진정한 사실은 거짓도 진실도 아닌 제3의 무언가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로 인해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갈등과 오해는 빈번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중요하다. 이는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귀인 이론과 궁극적 귀인오류
역지사지의 자세는 조직 내 협력과 상호 이해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지만, 이를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이는 인간이 특정 사건이나 행동을 해석하고, 그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지적 오류와 편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는 의사결정과 상호작용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조직 내 갈등과 오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은 특정 사건이나 행동의 원인을 추론할 때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활용한다. 내적 요인은 개인의 성격, 태도, 능력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기질적 요소를 의미하며, 외적 요인은 환경적 요인이나 상황적 조건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프로젝트에서 높은 성과를 냈을 때, 이 성과를 그의 개인적인 노력이나 능력(내적 요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팀의 협력이나 시장 상황(외적 요인) 덕분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공변량 모델은 이 두 요인 중에서 어떤 원인에 귀속할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1. 특이성(Distinctiveness): 특정 행동이 특정 상황에서만 나타나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특정 프로젝트에서만 우수한 성과를 낸다면, 이는 상황적 요인(외적 요인)으로 설명될 가능성이 높다.
2. 사회적 합의성(Consensus):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상황에서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지 평가한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성과를 냈다면, 이는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판단될 수 있다.
3. 시간적 일관성(Consistency): 특정 행동이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지 평가한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여러 프로젝트에서 일관되게 성과를 낸다면, 이는 개인의 능력(내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인 원인 귀속을 가능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편향과 오류로 인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궁극적 귀인 오류(Ultimate Attribution Error)는 타 집단의 부정적인 행동을 개인의 특성(내적 요인)으로 귀속하면서도, 긍정적인 행동은 외부 상황의 결과(외적 요인)로 간주하는 편향을 말한다. 이는 조직 내 특정 집단의 성과를 과소평가하거나, 불필요한 갈등과 차별을 유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프로젝트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직원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팀 전체의 협력이나 운 좋은 외부 조건 덕분으로 치부한다면, 이는 해당 직원에게 부당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집단의 실패를 개인적인 능력 부족으로만 귀속한다면, 이는 조직 내 공정성을 해치고 동기부여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역지사지의 자세를 실천하려면 단순히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의도를 넘어, 이와 같은 인지적 오류와 편향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원인 귀속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균형 있게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
선택적 지각의 함정
또 다른 주요 오류는 특정 상황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경험, 선입견, 혹은 가치관이 판단을 왜곡시키는 지각 오류다. 이러한 오류는 귀인이론에서 제시된 객관적 평가 기준, 즉 특이성, 사회적 합의성, 시간적 일관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주관적인 편향에 따라 판단이 이루어질 때 발생한다. 특히,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신념이나 선입견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함으로써 오류를 발생시킨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과 편향이 귀속 과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사례다.
예를 들어,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평가자가 MZ세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지원자의 긍정적인 성과나 경험에도 불구하고 선입견에 기반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평가자는 지원자의 성과를 외적 요인(운이 좋거나 특정 상황 덕분)으로 귀속하는 한편, 단점은 내적 요인(개인의 성격이나 능력)으로 과도하게 강조하는 편향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선택적 지각은 조직 내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사결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직은 선택적 지각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귀속 판단 과정에서 객관적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조직 내 공정성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객관적 데이터는 개인의 편향된 관점을 완화하고,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불공정한 평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려는 노력은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고,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노력
조직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배경, 가치관, 그리고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모든 구성원의 기준을 완벽히 충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질적인 기준과 관점을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조직적 노력이다. 구성원 간의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이를 반영하려는 자세는 갈등을 예방하고, 조직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은 조직 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로 팀을 구성하여 서로 다른 관점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고위 경영진의 다양성은 조직 내 관점의 폭을 넓히고, 편향된 판단을 방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유니코써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6%로, 여성 CEO는 단 4명에 불과했다.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세계 500대 기업의 여성 CEO 비율이 10.4%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미국의 컨설팅 전문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에 따르면, 3년간의 기업 매출을 비교 분석한 결과,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이 19%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는 조직 내 다양성이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다양한 관점과 경험이 결합된 조직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두 번째는 주관적인 판단을 최소화하고, 공정하고 일관된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다. 객관적 지표는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편향된 판단이 조직 내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대표적인 예로 목표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Objectives, MBO) 평가 방법이 있다. MBO는 직원과 관리자가 협력하여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평가 방법은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의 목표를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강화하고 경영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MBO는 평가를 진행하기 전에 평가받는 구성원과 평가자가 협력하여 평가 기준을 명확히 설정한다는 점에서 높은 객관성을 보장한다. 이는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관적인 판단을 줄일 뿐 아니라, 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하더라도 이를 설정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목표를 설정할 때 특정 직무나 개인에 대한 편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으며, 평가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평가자의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 평가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고위 임원들이 포함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양성이 높은 의사결정 구조는 편향성을 줄이고, 동일한 평가 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성별, 연령, 경력 배경이 다양한 임원진이 평가 과정에 참여하면, 단일 관점에 치우치지 않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조직 내 공정성을 강화하고, 객관적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전제는 인간이 완전한 합리성을 갖춘 존재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간은 제한된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정된 시간과 노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할 때, 실행 가능한 대안적 의사결정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점증적 의사결정 모델(Incremental Decision-Making Model)은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 점증적 모델은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는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점진적 변화를 통해 안정성을 유지하며 조직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고위 경영진의 성비 등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점증 모델이 활용될 수 있다. 기존 경영진의 우려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기에는 다양성이 보장된 소규모 프로젝트나 임시 조직을 구성해 실행 가능성을 확인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변화를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접근은 경영진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조직의 체계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초기의 작은 성공 사례는 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며, 이를 기반으로 조직 전체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마무리
현대 조직은 다양한 가치관과 관점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갈등과 오류를 최소화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포용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편향을 방지하며, 점진적 변화를 통해 체계적인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조직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내재화하고, 장기적으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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