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성별 격차를 넘어서
남성과 여성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는 인간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고, 사회라는 체계를 형성하고 나서부터 재기된 질문이다.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사회 구조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메타(Meta)와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의 연구자들은 18억 명의 성인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우정 관계를 분석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자체 개발한 모델을 활용해 양방향 상호작용의 빈도 등으로 각 관계의 친밀도를 추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성 간 우정 지수’다. 이 지수에서 0은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분리된 상태를, 1은 같은 성별 친구와 이성 친구의 수가 동일함을, 1이 넘으면 이성 친구가 동성 친구보다 더 많음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성 간 우정 지수’를 맹신할 수는 없지만, 18억 명의 사람들 간 1.4조 개에 가까운 연결을 기록한 방대한 데이터는 살펴볼 가치가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보수적 이슬람 사회는 분리가 제일 크다. 리비아, 이라크, 이집트 사람들은 동성 친구 10명에 겨우 1명의 이성 친구를 두고 있으며(지수 0.1), 이는 극히 낮은 수치다. 이 지역에서는 종교가 일상생활과 성 역할 규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하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들과의 교류가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자제할 유인이 크다. 사회적 분위기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제적 참여율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남성과 여성이 친구로 지낼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남성과 여성이 성적인 관념을 가지지 않고 교류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이 사회에서 이성과 친구로 지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남성의 96%에 달해 WHMSI 점수가 0.67인 반면, 인도는 그 수치가 43%에 불과해 WHMSI 점수가 0.34에 그친다는 사실도 설명될 수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미묘한 형태의 성차별도 이성 간 우정 부족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난 지도자인가?”라는 질문에 강한 반대의 반응을 보였지만, 한국의 반응은 애매했다. 이는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친구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냉랭함은 여러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이코노미스트의 직장 내 성평등 척도인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29개 선진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특히 젊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정치적 간극은 선진국 중 가장 크다. 연세대 엄기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관계를 하지 않은 한국 성인의 비율은 2001년 이후 세 배 증가하여 36%에 이르렀다. 독신 남성은 거의 모두 비자발적이지만, 여성은 의도적으로 남성을 멀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아마도 남성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우정지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데이비드 크레치머 박사의 연구에 나타나 있다. 그는 이민자 배경의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의 청소년 3,000명 이상을 조사했다. 14~15세 무렵 이들에게 친구가 누구인지, 그리고 가족 내 역할 분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1년 후, 동일한 청소년들에게 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 그 결과, 이성 친구가 더 많은 소년들은 더 평등주의적으로 변화했지만, 소녀들의 의견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소년들은 소녀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성은 평등한 대우를 기대한다’는 점을 배우게 되고, 이 요구를 존중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많은 소년들이 여성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성과의 교류가 평등한 사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별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무지는 교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이 가지는 차이가 과학적으로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실제 교류가 없는 남성은 미디어 속 왜곡된 이미지를 통해 성에 대한 편견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편견에 따라 행동하면, 성차별을 더욱 심해지고 이는 두 성간의 교류가 적어지는 결과가 된다. 이처럼, 차별과 고립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 공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긍정적 성관념을 심어주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이성과 교류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생님의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는 성차별적 관념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남성이 여성에게 그리고 여성이 남성에게 행하는 무분별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다른 성간의 혐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성적 혐오발언이 가득 차 있고, 남성과 여성들은 유튜브를 보면서 스스로 만족한다. 다른 성을 혐오하고 파괴한다고 자기의 위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셋째,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고 평등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기회의 부재는 불만을 만들고 이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그 원인이 돼야만 하는 객체를 찾게 한다.
남성과 여성은 개인적·사회적으로 서로를 구성하는 필수적 관계다.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혼인률은 관계의 문제다. 삐뚤어진 성관념이 서로에 대한 존중 혹은 사랑의 감정을 막고, 쾌락적 관계 혹은 고립된 관계를 찾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성관념을 갖게 해야 할 것이다. 우정의 부재, 차별의 시작/ 한국 사회의 성별 격차를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