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부러움을 샀던 베트남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은 지난 40년 동안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루었다. 2023년에 190억 달러를 달성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지속적 증가는 1인당 GDP를 1986년 약 100달러에서 2023년 약 2,900달러 이상으로 약 29배 성장시켰다. 수출 또한 1990년대 초 연간 20억 달러 수준에서 2023년 3850억 달러로 190배 증가했다. 이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특히 베트남은 짧은 시간 안에 농업 중심 경제에서 수출 주도형 산업 구조로 전환했고, 이는 다른 저소득 국가들에게 하나의 모범 사례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은 위기에 봉착했다. 새로운 도이머이 정책이 없이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허우적 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토 람은 ‘생산력 해방 혁명’을 선언했다.
(1) 베트남 경제의 문제
베트남 경제는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했다. 이는 저소득국가가 초기 산업화 시기에 농촌의 잉여노동력을 다 써버리고 급격한 임금상승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임금은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초기 산업사회가 저렴한 임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농촌의 잉여노동력 때문에 노동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렴한 임금에 만족하고 공장노동자가 된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전되고 외국 기업의 투자와 공장 설립이 늘어나면,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되고 결국 임금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 시기에,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이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베트남의 노동생산성은 정체해 있다. The economist에 따르면, 베트남 노동자들은 중국이나 한국에서 제조된 부품들은 단순 조립하는데 그친다. 베트남은 말레이시아나 태국 보다 수출품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 베트남의 시간당 생산량은 아시아의 중상위 소득국 보다 평균 37% 낮고, 베트남 제조업 일자리의 90% 이상은 특별한 기술이나 숙련도가 필요 없다. 이처럼, 부가가치가 없는 산업은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하기에 베트남이 위기에 빠진 것이다.
(2) 노동 생산성 정체의 원인은?
a. 교육의 부재: 베트남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전무하며, 최상위권 대학조차 인도나 말레이시아 대학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의 대학이 국영 체제로 운영되며, 교육 과정은 공산당 이념 감시 하에 놓여 있다. 심지어 공대생조차 학습 시간의 4분의 1 이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 호찌민 사상 교육에 할애해야 한다.
b. 대기업의 rent seeking: 베트남 정부는 한국의 재벌을 롤모델 삼아 국내 대기업(재벌)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지만, 실질적 경쟁 구조는 부재하다. 대표적 사례인 **빈패스트(VinFast)**는 동남아 최대의 전기차 기업이지만, **막대한 적자(2021년 이후 90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베트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오직 빈패스트 차량에만 호환되며, 정부 보조금과 수의계약(예: 600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 사업)으로 생존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은 시장 경쟁이 아닌 정치권력에 의존하는 비효율적 재벌 구조를 낳는다.
c. 중소기업의 성장한계: 베트남의 중소기업들은 경제 구조상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 토지 확보, 인허가, 대출 등 모든 측면에서 국영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보다 불리하다. 대다수 은행은 담보로 부동산이나 재고자산을 요구하며, 미래 수익 기반 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적 연줄이 없는 기업은 공공 입찰에서 배제되거나, 비정상적인 규제에 노출된다. 인재 확보도 어렵다. 공공 부문에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이 집중되어 있고, 민간 중소기업의 대졸 비율은 5%에 불과하다.
d. 정부의 과도한 규제: 베트남 정부는 여전히 경제의 많은 부문을 직접 통제하며,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관료적 판단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행정 절차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며, 허가·면허 시스템은 불투명하고 부패의 온상이 된다. 국가가 전력, 통신, 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를 국영기업 중심으로 독점하고 있어 민간의 진입이 사실상 봉쇄됨. 디지털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 중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검열, 검열 강화, 언론 통제가 발목을 잡는다. 최근 정부는 63개 성을 34개로 줄이고, 10만 명의 공무원을 감축하며 행정 개혁을 추진 중이지만, 이는 효율 개선이라기보다는 조직 축소에 가깝다. 정부가 여전히 산업 정책의 모든 것을 주도하려는 구조에서는,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억눌릴 수밖에 없다.
(3) 해결책은?
베트남이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 노동력이나 자본의 증가로 인한 발전이 아니라 노동력의 고급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의 기본은 교육이다. 베트남 노동자들이 자율적이고 시장친화적 교육을 통해 기술을 익혀야 한다. 또한 대기업들은 정당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능력 있는 중소기업의 시장 진출이 중요하다. 이에 토 람의 두 번째 “도이머이”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