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를 넘어, 성장인가, 분배인가? 삶의 질을 묻다

전 세계는 지금 빈부격차와 경제 정의에 대한 토론으로 뜨겁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가 결국 파멸할 것이라 예견했고, 오늘날 우리는 그의 예언을 떠올리게 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Occupy Wall Street 운동, 버니 샌더스의 급부상, 브렉시트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에서 비롯된 사회 현상이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상위 1%가 나머지 99%를 희생시키며 부를 독점한다고 주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들이 과장되었거나, 통계적으로 왜곡되었다고 반박한다.이번 글에서는 특히 경제 성장의 대표 지표로 사용되는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의 한계와 그 대안을 중심으로, '성장'과 '삶의 질' 사이의 균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GDP의 문제점

1. 빈부격차를 반영하지 못함

GDP는 단지 한 국가의 총생산량을 의미할 뿐, 그 생산이 누구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90을 생산하고 중소기업이 10을 생산하든, 각각 50을 생산하든 GDP는 동일하게 100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부의 편중이 심하며, 빈부격차는 확연히 악화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1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으며, OECD 부의 분배 순위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2. 부정적 외부효과를 무시

GDP는 환경파괴, 재난 복구, 치안 비용 등 부정적 외부효과도 경제활동으로 간주해 증가한다. 대기오염은 공기청정기 시장을 키워 GDP를 늘릴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이 저하된다. 범죄율이 높은 지역은 치안 강화로 GDP가 증가하지만, 실제로는 시민들이 더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다.


3. 여가 및 무급 노동의 가치 누락

GDP는 여가나 휴식, 가사노동 같은 무급 활동을 경제활동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GDP는 줄어들 수 있지만, 국민들의 정신적 건강과 행복감은 증가한다. 주부의 가사노동 역시 GDP에 포함되지 않지만,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안 지표들

1. 경제후생지표 (MEW)

노드하우스와 토빈이 제시한 이 지표는 GDP에 여가시간, 가사노동 등 무형 가치를 추가하고 환경오염 등 부정적 요인을 차감하여 삶의 질을 보다 잘 반영한다.


“경제후생지표 = GNP + 주부의 서비스 가치 + 여가 가치 - 공해 비용”


2. 순경제후생 (NEW)

새뮤얼슨이 제시한 NEW는 MEW와 유사하지만 순효과에 집중하며, 보다 실질적인 복지 수준을 측정하려는 시도다.


3. 행복지수 (Happy Planet Index)

영국의 신경제재단이 개발한 이 지표는 웰빙, 기대수명, 부의 평등, 생태발자국을 결합해 인간의 행복과 지속가능성을 측정한다. 한국은 80위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4. UN 인간개발지수 (HDI)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하는 HDI는 교육, 기대수명, 국민소득 등 전반적인 인간다운 삶을 측정하는 종합지표로, 한국은 2018년 기준 22위를 기록했다.


5. UN 세계행복지수

UN이 발표하는 이 지수는 소득, 기대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인식 등을 포함한다. 한국은 관용, 자유, 사회적 지원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6. OECD의 행복지수 (BLI)

주거, 일자리, 교육,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지수에서 한국은 36개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교육과 치안은 우수했지만 삶의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은 낮았다.


성장 vs 분배

성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은 절대적 부의 증가가 저소득층에게도 이익이 되므로 불평등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장으로 인해 국가 세수가 증가하면 복지 확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분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은 성장 이후 분배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인간은 공정성에 민감하며, 불공정한 분배는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최후통첩 게임'과 같은 실험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론

GDP는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제는 GDP를 넘어,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표와 기준을 고민해야 할 때다. 감정이 아닌 팩트에 근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며, 다양하고 다층적인 지표들을 통해 우리 경제를 평가하고 설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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