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얘는 내 아이가 아니다

아이와 정서적 경계를 지키기

by DK

가까움의 아이러니


부모는 아이를 사랑한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동시에,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쉽게 선을 넘는다. 거칠게 말하고, 화를 쏟아낸다. 아이가 자신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와 아이는 가까운 관계지만, 그래서 위험하다. 부모는 아이를 가장 사랑하지만, 아이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내 아이라는 이유


아이와 길을 걷다 보면, 아이가 장난을 치며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려고 할 때가 있다. 그 순간 부모는 본능적으로 몸을 던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상황이 지나고 나면, 부모는 종종 성난 얼굴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쏟아낸다.

같은 장면에서,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조카였다면 어땠을까. 놀라서 말리기는 했겠지만, 상황이 끝난 뒤에도 아이를 몰아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괜찮아?"라고 묻고, 손을 꼭 잡는 선에서 멈췄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시험 점수를 받아올 때도 그렇다. 조카가 같은 점수를 받아왔다면, "수고했네"하고 넘어갔을 일이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는 "이건 맞을 수 있었잖아!"라는 말이 쉽게 나온다. 아이의 점수가 곧 내 점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계가 무너지면


부모가 자신과 아이를 지나치게 하나로 느끼는 순간, 부모의 마음에서 아이는 '독립된 한 사람'이 아닌 '나의 일부'가 된다. 이때 부모의 감정은 쉽게 흔들린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통제하려는 마음이 커진다.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부모 자신의 불안과 기대가 앞선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경계가 흐려진 상태로 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부모는 오히려 쉽게 지친다. 아이의 작은 실패에도 지나치게 반응하고,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실망한다. 더 많이 애쓰지만, 더 빨리 지치고, 더 쉽게 분노한다.



얘는 내 아이가 아니다


아이에게 화가 폭발하려는 순간이 있다. 험한 말이 목까지 차오르는 순간이다. 그때 잠시 멈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해 본다.

'얘는 내 아이가 아니다'

이는 아이를 밀어내기 위한 말이 아니다. 아이에게 덜 상처 주기 위해, 부모 스스로 잠시 물러서는 말이다. 아이도, 부모도 지키는 말이다. 이 아이를 '내 아이'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명의 아이'로 다시 보기 위한 장치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이 아이가 옆집 아이라면, 나는 이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이와의 경계를 지킨다는 것은, 아이에게 내는 화를 참는 기술 그 이상이다.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일이다. 언젠가 아이가 독립했을 때, 아이를 떠나보낸 텅 빈 마음으로 부모 자신이 무너지는 일을 막기 위한 준비기도 하다.


아이는 내가 아니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다. 이 사실을 잊지 않고자, 아이에게 화가 날 때 나는 늘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한다. '얘는 내 아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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