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내에게 배운 육아

내 마음을 분명히 알고 전하기

by DK

어느 가을날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나들이를 마치고 한 식당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앞은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나 계단으로 갈래."

그러더니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아이와 스쳐 덜컹거리며 다시 열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이를 붙잡아 안으로 끌어당겼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나는 사람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불쑥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마. 사람들이 싫어한다."

더는 좋은 말이 안 나갈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도 가슴 안에서 뭔가가 계속 끓었다. 그때, 아내가 아이 앞에 허리를 낮추며 차분히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안 돼. 사람들이 불편하잖아. 그리고 엄마는 네가 다칠까 봐 너무 놀랐어. 위험해서 그래."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 한 문장이 스쳤다.

'아,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내가 느낀 감정의 정체


아이가 넘어질까 봐, 엘리베이터 문에 다칠까 봐 나는 크게 놀랐다. 이 감정은 아주 짧게 스쳤다. 그 뒤를 이어 이런 생각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이 나를 민폐 무개념 부모로 보면 어쩌지.', '민폐 부모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아이를 걱정하던 마음이 지나간 자리를 내 체면이 대신 차지했다. 본래는 아이가 다칠까 봐 놀랐지만, 내 체면이 의식되며 화가 났다. 내가 던진 말은 아이에 대한 걱정의 표현이 아닌 불편한 내 마음의 표출이었다.

나는 상담 현장에서 사람의 감정이 여러 층으로 이루어짐을 자주 목격했다. 처음에는 놀람과 두려움을 느꼈지만, 곧 짜증과 분노가 그 위에 덧씌워질 때가 있다. 이때 나중에 올라온 감정만 내뱉으면 문제가 생긴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이유도 모를 부모의 분노에 노출된다. 아이의 기억에는 자신을 걱정하던 부모가 아니라, 자신에게 소리치고 화내던 부모의 표정만 남는다.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물론, 아이가 위험에 처한 순간에도 부드럽게 말하라는 뜻은 아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목소리가 커지고, 손이 거칠어질 수 있다. 그건 아이를 지키려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전기 콘센트에 젓가락을 넣으려는 순간, 부모는 "하지 마!"라고 크게 외칠 수 있다. 급히 젓가락을 빼앗거나 아이를 거칠게 잡아당길 수도 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위험이 지나간 뒤에도 계속 아이를 몰아붙인다면, 그때부터는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니라, 부모의 감정을 푸는 일이 된다.


이때, 부모는 잠시 멈추고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정말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짜증과 분노 아래에는 대개 두려움이 있다. 그 두려움을 알아차렸다면, 이제 그 마음을 아이에게 전할 차례다.


"콘센트에 젓가락 넣으면 정말 위험해. 감전돼서 크게 다칠 수 있어. 엄마(아빠)는 네가 다칠까 봐 너무 놀랐어. 그래서 크게 말했어. 앞으로 이런 행동은 절대로 하지 말자."


이제 아이는 자신을 걱정한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부모가 전하는 규칙도 더 분명히 마음에 남는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


아이는 부모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다. 그래서 약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모의 말이 자신을 지키려는 말이었음을 느낄 때, 아이는 부모의 말을 사랑의 목소리로 기억한다. 부모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게 되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힘도 있다. 그래서,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


그 가을날,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이 사실을 다시 배웠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책으로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실전에서는 여전히 서툴렀다. 그날 나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전하는 법을 배웠다. 책에서가 아니라, 아내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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