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인데, 웹 개발도 합니다

by 오수현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책을 냈다. 출판하는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데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벅차 자연스레 관심이 갔고, 기어이 출판사를 차리고 말았다. 아직은 수험서 몇 종을 출간한 것이 전부지만 앞으로는 이것저것 내보고 싶은 게 많다. '어려운 전문 지식을 널리 쉽게'라는 의미를 담아 "율동네"로 정했다. 훌륭한 이름에 걸맞은 좋은 열매들이 하나 둘 맺히길 조심스레 소망한다.


디자인 공부가 한참 재미지다. 맨 처음에는 간단히 표지를 만드는 수준에서 그칠 심산이었다. 요즘은 AI니 뭐니 해서 누구나 멋진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내 얇은 팔랑귀가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또 흔들리고 만 것이다. (물론 이는 상당 부분 거짓으로 판명됐다. AI는 아주 초짜나 기존 전문가가 사용할 때 진정으로 빛을 발하는 도구다. 어중간한 아마추어가 실무급 결과를 바라며 몇 클릭하는 것만으로는, 적어도 나의 프롬프팅 실력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영영 얻을 수 없는 듯하다.) 결코 바람직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결국 표지 몇 장을 완성하였는데 이놈의 고집은 꺾이기는커녕 더 집요해지고 말았다.


표지 디자인이 제법 그럴싸하게 나와주었다. 훌륭하게 인쇄해주신 바로기획의 김 이사님께도 무한한 감사를!


배울수록 매력이 있다, 디자인 녀석. 글쓰기도, 디자인도 결국 나를 표현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매한가지다. 생각을 전개하다 보면 여전히 부족한 글솜씨에 종종 시각 자료의 힘을 빌리곤 하는데, 디자인을 배울수록 이 부분이 더욱 정교해지는 것이다. 글쓰기가 디자인을 돕고, 디자인이 다시 글쓰기를 돕는 이 선순환이 좋다.


디자인을 공부하며 글쓰기를 배운다. 요즘 특히 웹사이트를 개발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한 명의 사용자일 때에는 그저 친숙하고 단순해 보이는 화면이었는데 직접 디자인을 하려고 하니 얼마나 복잡다단하던지. 각 요소를 의미하는 레이어(layer) 개념과 이들을 하나로 묶는 프레임(frame), 그리고 그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만든 아름다운 구조를 알아갈수록 역시 전문가 영역은 함부로 덤비는 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든다.


'디자인은 원과 네모, 텍스트 이 세 가지만 잘 사용해도 절반은 갑니다. 그것을 어떤 크기로 어디에 배치할지, 또 어떤 색을 입힐지까지 안다면 이미 중급자입니다.'
'단숨에 복잡한 구조로 뛰어들지 마세요. 두 레이어를 하나로 묶는 작업부터 시작하십시오. 복잡해 보이는 구조도 결국 여러 프레임을 쌓고 쌓아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텍스트 레이어 두 개를 이어 붙여 작은 프레임을 하나 만든다. 어울리는 아이콘을 찾아 앞에 배치하곤 둘 사이 거리를 조절한다. 다시 전체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으면 첫 번째 디자인 덩어리를 완성한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면 종본까지는 딱히 더 어려울 게 없다. 다만 이 비슷한 작업을 오십 번, 백 번 더 반복하면 될 뿐이다.

흡사 글쓰기를 보는 듯하다. 작은 의미 덩어리부터 차분히 구조를 쌓아 올리는 점이 그러하고, 그러한 작업을 글의 마지막까지 계속 반복한다는 점이 또 그러하다.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자주 깜빡하는 원칙인가. 무엇을 말하고 하는지 스스로에게도 설명하지 못하면서 곧로 완벽한 초안이 짠하고 등장하길 기대했다. 글쓰기가 얼마나 지난한 작업인지 여기저기 떠들면서도 정작 본인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쓰고 싶어 했던 셈이다.


다음 목표는 웹개발이다. 완성한 디자인을 실제 인터넷에 배포하는 것이다. 요즘은 AI 덕분에 비전공자도 금방 따라 할 수 있다는데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다. 아마 또 한참 시간을 요할 다. 허나 몹시 기대가 된다. 예비 프로그래머로서가 아니라, 1인 출판사 대표로서, 또 앞으로도 왕성히 글을 쓰고픈 작가로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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