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브런치!

by 오수현


1.

마음이 답답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흩어지는 말씨를 모아 문장 하나를 빚고
구두점 찍으니 속이 한결 가볍다.

다음 문장을 쌓아 올리자.



2.

새삼 브런치가 고맙다.

이해받지 못한 마음을
문장으로 남길 수 있는 곳,

돌려받지 못할 나의 정성을
스스로 위해 남길 수 있는 공간이란
실로 얼마나 감사한가

브런치를 갓 시작했을 때,
아, 그게 벌써 여섯 해 전이구나

오래 준비한 시험은 잘 합격하였는데
정작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니
빈 껍데기 남은 기분이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엉망이 된
몸과 마음을 추스를 곳이 필요했고,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민법책을 집필했다.

3년이라는 터무니없이 긴 시간을 투자하여
책을 완성하였는데,
감사하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다음 후속작은 언제 나오는지
이곳저곳에서 질문을 받았지만
쉽사리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이미 그 다음 문제,
즉 로스쿨보다도 더 뿌리 깊고,
더 오랜 기간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그"에 대한 생각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 분에 넘치는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아마 꼭 부모 자식관계는 아니더라도,
단절된 감정 관계로 고통을 받는 일은
누구에게나 흔히 있는 일이니까,
겹겹이 쌓인 답답함을
서로가 알아본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것도 벌써 몇 해나 지난 일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이제는 가장으로서, 또 곧 태어날 아이의 아빠로서
새로운 과제와 갈등 앞에 발이 묶인다.

숨을 고르고, 다시
문장을 쌓아 올린다.



3.

나는 내 글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글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오래도 걸렸다.

문학청년으로서의 허영을 내려놓는 데 2년,
변호사로서의 권위를 내려놓는 데 2년,
억지로 웃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데 2년.

요컨대 나는
글쓰기가 괴로웠던 게 아니라
이해받고 싶다고 소리치는 게 힘들었던 셈이다.

나는 이해를 받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내 최선의 정성을 나에게 담아 보낸다.

흩뿌려진 마음을 모아
문장을 짓고 구두점을 찍어서
전심(全心)으로 나를 응원한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위로는 아닐지 몰라도
그럭저럭 제 역할은 해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이 좋다.

브런치가 고맙다.



4.

Y에게,

오늘도 우리는 깜깜한 오해 속에서
서로를 맹인 마냥 더듬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오늘
나는 두 통의 편지를 적었습니다.
한 통을 그대를 위해,
한 통은 나를 위해.

내 부지런히 그대 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사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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