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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Mar 29. 2018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조원경 지음

일의 미래/ 블록체인/ 플랫폼 경제/ AI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지은이: 조원경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


 평소 책을 즐겨 읽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제목의 책은 왠지 어지럼증이 느껴질 것 같아서 선뜻 집어 들지 않았다. 주로 소설이나 수필에 손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읽어야 할 도서 목록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최근 완벽한 공부, 디지털 치매, 일취월장, Grit (그릿)과 같은 책들을 읽고 나서인지 몰라도 이전의 선입견과는 달리 책이 제법 쉽게 읽혔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유비쿼터스와 사물 인터넷, 블록체인, 비트코인, 증강현실, 공유경제, 빅데이터, 3D 프린터와 같은 최신 디지털 기술 개념들을 넘나들면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듯 서술하는 저자의 필력 또한 큰 몫을 했으리라.

 

블록체인이 이런 개념이었구나!


[블록체인의 원리]


 저자는 부동산 거래를 예로 든다. 한 시골 동네에서 갑(매도자)과 을(매수자)이 병(중개인)을 통해 땅 거래를 한다. 이럴 경우 보통 계약서를 쓰고 등기소에서 등기를 해야 소유권이 제대로 넘어간다. 등기소는 제3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다.


 혹시 등기소가 너무 멀어서 가기가 정말 어렵다면? 등기소에 가지 않고 이 거래에 공신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갑, 을, 병 세 사람은 고민 끝에 계약서 수천 장을 만들어 온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보관하게 한다. 나중에 누군가가 변심해서 계약서를 위조하려 해도 이미 수천 장이 뿌려졌기 때문에 위조가 쉽지 않다. 일일이 계약서를 다 찾아 위조해야 하는데 사악하고 어려운 방법이 아니면 웬만해선 쉽지 않다.


 블록체인 개념은 바로 이와 같은 개념이다. 새로운 거래를 할 때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계약서를 나누어주듯 디지털 네트워크 공간에서 모든 네트워크 참가자에게 거래 내역을 공개하고 합의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굳이 등기소와 같은 정부 기관이나 변호사 혹은 은행의 역할이 필요 없게 된다.  


[데이터의 민주화]


블록체인을 이용하게 되면 중앙집권화되어 있던 정보와 시스템을 참여자 모두가 공유하게 된다. 이것은 정보의 분산을 통해 권력도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됨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거래에서 혁명적인 체제가 도입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데이터와 정보의 집중으로 생기는 권력이 거래 참여자들 모두에게 공개되고 공유됨으로 인해 '데이터와 정보의 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활용 사례]


 2017년을 뜨겁게 달궜던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정부나 금융 기관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무허가형 장부', 블록체인 기술이 바로 이 가상화폐에서 구현되었다.


 지멘스 디지털 그리드 사업부가 구축한 마이크로그리드도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통적인 중앙 집중식 지역 발전소와는 독립적으로 가동되는 분산 에너지 발전 형식이다.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마을이나 개별 기업은 마이크로리드를 통해 자체 에너지원과 전기저장시스템을 개발해 에너지를 배포하고, 잉여 전기를 지역 발전소로 판매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의료 정보를 저장하고 보관하며 열람하는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아울러 지금은 정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신원 정보 역시, 블록체인을 통해 여권이나 신분증 없이 저장/보관되며 공신력을 가지고 확인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어떤 일자리가 생기고 사라지는가


[디지털화에 따른 직업 세계의 변화]


 인공지능, 로봇공학, 시스템의 디지털화, 사물인터넷 등의 발달로 일터에서 단순 노동 인력은 점점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 아마존이 시작한 완전한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보라! 무인 매장, 무인 공장,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풍경은 이제 우리 코앞에 다가와 있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통신 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업의 지형도에 지각변동이 생긴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과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21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 합계 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가트너는 좀 더 장밋빛 전망을 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2020년까지 일자리 230만 개가 창출되고 180만 개가 소멸해 순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 기술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맥킨지에 따르면 기계 작동, 패스트푸드 조리, 대금 수금 같은 업무의 81%가 자동화된다. 모기지 대출, 법률사무 보조업무, 회계, 백오피스 거래 처리 등도 위험한 직종이다. 로봇과 3D 프린팅의 위협으로 제조나 광물업 분야의 일자리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전문지식이 더 필요한 경영/금융 서비스, 컴퓨터/수학, 건축공학 직군의 일자리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맥킨지는 경험을 필요로 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깊은 소통이 필요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직업은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직업군으로 봤다.


Human Cloud(휴먼 클라우드) 또 무슨 말인가?

 

 미래의 노동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휴먼 클라우드'라는 개념이 그중 하나이다. 이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원리를 일자리 영역에 응용한 것이다. 특히 전문직의 노동 활동은 1) 구체적 업무와 2) 개별적 프로젝트로 나뉘어 세계 곳곳의 잠재 노동자 정보가 가상의 클라우드에 실시간 업데이트되어 운영된다. 즉, 프로젝트와 각 개별 업무에 따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노동자들이 일시적으로 함께 일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다시 흩어진다. 시간의 제약도 공간의 제약도 없다.

 

 이러한 혁신적인 노동 시장의 변화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이 휴먼 클라우드 방식이 전 세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열어 주고 지역별 전문 인력 과잉과 부족 현상을 해소해 줄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다. 합당한 실력만 있다면 학벌, 성별, 인종, 나이의 차별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 다른 시각은 이런 방식이 노동 착취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 큰 자본과 조직을 가진 쪽에서 입맛대로 필요한 인력을 모아서 쓰고 장기적인 노동자들의 보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휴먼 클라우드 구조에서 노동자가 제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식의 사회계약과 근로계약이 함께 발전해야만 한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세상과 사물 인터넷(IoT)


*Ubiquitous: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라틴어)

 센서나 미니 컴퓨터가 곳곳에 설치되어 언제 어디서나 특별한 의식 없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

*IoT (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

  1999년 MIT 연구원이던 케빈 애슈턴이 처음 쓴 용어로서, '사물인터넷이란 (사물 속에 센서들을 심고) 인터넷에 연결시켜 마치 인터넷과 흡사하게 작동하는 센서들을 의미한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물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인터넷 환경이 필요하고 사물 속에 부착될 센서 기술이 발달해야 한다.


 유비쿼터스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스마트폰이나 공공시설의 와이파이 등으로 점점 더 유비쿼터스 환경이 조성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섬세하고 촘촘하게 네트워크는 우리 생활에 침투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사물 인터넷'이 완벽히 실현되면 인간은 일상 속에서 자동차, 화장실 변기, 욕조, 신발, 침대, 잠옷, 체중계,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조명 등 모든 사물과 일체가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내가 쓰고 접촉하는 모든 사물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센서를 통해 네트워크에 24시간 접속하여 정보를 주고받으며 필요한 일들을 마치 숨을 쉬듯 지속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사물과 내가 서로 텔레파시를 주고받아 어떤 수동적 동작이나 언행 없이 필요한 것 혹은 느끼는 것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영국의 롤스로이스사는 사물 인터넷을 이용해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항공기 엔진을 제조 공급하는 이 회사는 엔진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온도, 압력, 스피드, 진동과 같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서 사고 발생 전 위험을 미리 제거하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제조한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요금을 받아 새로운 수익이 창출된다. 사물 인터넷은 이처럼 제조업이 서비스업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해 주고 있다.


사물 인터넷의 위험성


 이렇게 편리하고 유용한 환경을 제공해 줄 기술이자 개념이지만 반드시 고민해야 할 어두운 면도 있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가 실현되고 사물 인터넷이 일상화되면 그런 기술의 표준화를 이끈 기업이나 나라가 모든 걸 독식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 엄청난 보안의 문제가 걸려 있다. 지금도 여러 금융 기관이나 정보기관 혹은 기업의 홈페이지나 시스템이 해킹을 당해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미래에 자율주행이 실현되고 개인의 신체 의료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시대에 해킹이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커가 자동차의 핸들을 조절하고 가스 조절 장치를 망가트리고 특정 인물의 신체 정보를 왜곡시키며 의도적으로 잘못된 조치를 취한다면?


 편리함과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미래를 맞이하기 전에 이러한 위험과 문제에 대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인류는 불행한 운명에 처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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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아쉬운 점]


 저자의 상상력이 매우 풍부하다. 지금의 현상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그려 제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이렇게 의견을 제시하고 저자의 예측을 보여 주는 문장에서 지나치게 의문문을 많이 쓰고 있으며 스스로 비평하는 투의 표현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면,


 '우선 디지털화는 인류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략) ~~~~ 인공 지능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너무 유토피아적인가?

 고개를 들어 다른 현실을 보자. ~~~ (중략) ~~~ 나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한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략)~~~~~ 미국이 외치는 제조업의 첨단화, 중국의 중국 제2025조, 일본의 로봇 신전략,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전략에 담긴 공통적인 핵심은 모두 인공지능, 로봇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노동이 없는 미래는 디스토피아적인 게 아닌가? 그런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은 인간이기에 당연하다. 물론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항상 존재했다.'


 위 내용은 두 문단에서 발췌한 것이다. 위 두 문단의 전개를 간단히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1) 디지털화는 인류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2) 너무 유토피아적인가? 3) 나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한다면, 인공지능/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노동이 없는 미래는 디스토피아적인 게 아닌가? 3) 물론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항상 존재했다. 디지털화의 좋은 점을 열거하다가 너무 유토피아적이라는 의견이 있음을 제시한다. 다음에 디지털화의 디스토피아적인 내용을 담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항상 존재했다고 또 상반된 의견을 보여 주려 했다. 너무 산만하다.


 '기술이 발전하여 인간의 외로움이 증가하면 인간과 인간의 연계가 오히려 중요해지고 그런 네트워크와 소통에서 참다운 기쁨을 얻지 않을까? 너무 낙관적인가? 역사적으로 인간은 일을 통해 돈을 벌어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아실현이라는 보람도 느끼고 여행도 하며 자유를 느꼈다. 기술 발전이 이를 보장해줄지 의문이다.'


 여러 챕터에서 저자는 디지털화로 인해 인류가 얻게 될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한 상반된 혹은 다른 의견을 보여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러 가지 견해와 서로 다른 생각들을 접하는 것 자체는 우리가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자주 이런 방식의 서술을 하게 되면, 독자는 '그렇다면 저자의 생각은 도대체 뭐지? 그냥 이런 생각도 있고 저런 생각도 있다고 말하는 것뿐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어쩌면 저자는 결정되지 않은 미래와 같은 주제에 대한 견해와 전망을 제시할 때, 독자들이 글을 읽다가 바로 반대 의견을 펴는 것을 바로 사전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문장 패턴으로 보아 저자에게서 그런 노파심이 느껴진다. 또한 독자에게 질문을 던져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앞서 서술한 내용과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표현으로 '~~~ 인가? ~이 아닌가?'라고 자주 쓰게 되면 앞서 제시된 글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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