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통해 듣는 말

by 안드레아

딱히 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없을 때, 누군가 그가 나에 대해 한 말을 전한다. 아니, 그와 평소에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을 때, 제삼자를 통해 그가 나에 대해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험담일 경우, 마음의 평정심에 금이 간다. 차근히 자초지종을 찾아 그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 이유를 떠올려 본다. 이런저런 배경이나 원인을 생각해 보려 애쓴다. 좋은 관계라고 믿고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오해가 있다면 기회를 만들어 그걸 풀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러나 당장 전화를 건다거나 문자를 보내고 싶진 않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나의 마음은 풍랑으로 출렁이는 걸 감지한다. 예상치 못한 일격으로 받아들이고 실망한다. 좋았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사람이 싫어지는 단계에 도달한다. 내편이라 믿었던 마음에 생채기가 나고 미움의 균이 파고든다.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그동안 그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어떠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가늠해 본다. 말을 전한 이는 또 내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려 본다.


이십 대 혹은 삼십 대 즈음이었을까.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표현하기 시작한 때가. 삼십 대 혹은 사십 대가 되어서였을까.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욕하고 비난하는 일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말하기 시작한 때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의 풍랑은 사그라든다. 아직 그에게 그녀에게 연락하거나 만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지만 더이상 실망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냥 흘러가도록 둔다.


Grace Le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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