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속 행복주의자
주말에도 언제나처럼 6시 정도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기상 후에는 물 한 컵 마신 후 화장실 다녀와서 책을 읽거나 유튜브로 미사를 보던가 아니면 아예 동네 여기저기를 5-6km 정도 달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독서와 달리기는 시간대는 바뀔 수 있지만, 거의 지난 15년간 주말 이틀 동안 매일 수행하는 나만의 루틴이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나 필사를 하고, 달리면서는 끝나고 마실 맥주나 와인 한잔 생각을 한다.
울림 있는 글을 만났을 때의 충만함, 해질녘 달리면서 솟아나는 삶에 대한 고마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 패턴이지만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다.
오후에 달리기를 하고 나서 바로 동네 목욕탕에 가기도 한다.
대부분 500엔 남짓, 하늘색 타일이 붙여진 추억의 목욕탕들이 많다.
탕이 작아 몸을 웅크려야 할 때도 있지만,
냉온탕 네댓 번 오가다 보면 생각은 비워지고 허기가 느껴진다.
몸도 마음도 따뜻해져서 귀가하는 길, 때로는 노을이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
그리고 주말엔 요리를 한다.
귀찮거나 피곤할 때는 외식을 하거나 비상식량처럼 사놓고 있는 비비고육개장,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지만,
보통은 주말 네댓 끼와 평일에 퇴근하고 와서 먹을 음식을 직접 요리한다.
본의 아니게 홀아비 자취생활 1년을 넘게 하다 보니 요리가 제법 늘었다.
전가의 보도인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필두로 카레, 북엇국, 소고기뭇국, 제육볶음, 여기에 여러 채소요리에 각종 파스타도 종종 해 먹고 있다.
오늘은 달리기 후 점심으로 채 썬 무에 대파, 두부 등을 넣고 북엇국을 끓였는데, 국물이 달아서 뜨끈하게 한 사발을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점심을 먹고 나면 또 책을 읽거나 OTT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뭔가를 검색하거나 끄적인다.
그러다가 졸음이 밀려오면 다시 외출한다.
팟캐스트 들으며 가볍게 여기저기를 걸으며 길가의 꽃도 보고 음식점 간판도 기웃거린다.
콘텐츠에 따라 영어나 일본어 팟캐스트를 들을 때도 있지만 주로는 밀린 매불쇼를 많이 듣는다.
매불쇼 하나만으로 한국의 정치 및 민생 이슈를 파악하는 데 충분하다.
아침에 달리기를 한 날은 점심을 챙겨 먹고 가끔씩 동네 도서관에 갈 때도 있다.
가지고 간 종이책이나 이북을 읽기도 하고, 잡지코너에서 좋아하는 잡지를 훑어보기도 한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의 도서관은 지은 지 꽤 오래된 느낌이지만,
뭉툭한 연필처럼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조금 멀리 일상 같은 여행을 한다.
당일치기가 대부분이지만 와이프가 오면 1-2박을 하기도 한다.
주로 자연의 변화에 맞춰 일정계획을 세운다.
겨울엔 눈구경, 봄여름엔 꽃구경, 가을엔 단풍구경이 큰 틀이긴 하지만,
일본엔 기본적으로 일 년 내내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다음 주엔 옆동네로 매화 보러, 그리고 2월 마지막 주말엔 가장 먼저 피는 벚꽃이라고 알려진 가와즈(川津) 벚꽃 보러 이즈반도를 다녀 올 예정이다.
여행이라지만 주로는 공원이나 정원을 둘러보고 그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실제로 보는 풍경과 사진으로 찍히는 모습이 사뭇 다른 경우가 많은데,
사진이 실제보다 더 이쁘게 나오면 이 또한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낀다.
저녁에는 반주를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며 서울의 가족들과 통화한다.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내일은 뭐 할 건지 등에 대해 얘기하면서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번 주말도 소박한 일상이지만 충실하게 보냈음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