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노래 (12)
일요일 아침. 언제나처럼 6시 조금 지나 일어나서 6km 정도 달리고, 샤워 후 세탁기 돌리고, 아침 식사 후 유튜브로 매일미사 보고 나니 9시 45분이었다. 오늘은 날이 좋으니 오후엔 동네 산책하며 광합성하러 공원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오전은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아이패드로 이북을 읽으며 cbs레인보우 앱으로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듣는데, <고향의 봄> 이 연주곡으로 나왔다.
‘아…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왜 이리 좋은 거야?!‘
원래 독서 삼매경에 빠지려던 계획이 옆길로 새 버렸지만, 여러 버전으로 <고향의 봄>을 들으며 드는 생각이었다. 수백 번을 들어도 싫증 나지 않고 참 아름다운 곡이다. 아마도 살면서 육성으로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가 아닌가 싶다.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이 한국의 명곡을 예전에 홍콩에 있던 보스에게 국악버전으로 들려준 적이 있다. 선율이 너무 좋다고 해서 그분이 좋아하는 조수미 씨가 부른 노래가 들어간 CD를 선물한 기억이 떠오른다.
자유로운 고독이 넘쳐흐르는 일요일 아침. 이제 두 주후면 서울에 가족들 보러 나가고 5월에도 꽤 길게 서울 다녀올 예정이지만, 다양한 버전의 연주곡과 노래를 듣다 보니 참 보고 싶고 사람들이 많이 떠 오른다. 봄이 코앞에 다가 오니 사람이 더 그리운가 보다. 늘 이 곡을 들을 때면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먹먹해기까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슬픔보다는 소박한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나에게 ‘그리움’은 ‘감사함’이고 오늘에 집중하며 더욱 힘차게 앞으로 나가게 하는 작은 동력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한바탕 <고향의 봄>을 듣고 나니 은은하게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야말로 봄은 그 자체로 기쁨이요 설렘이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한 고향의 봄처럼 평온하길 기도하며 내가 특히 좋아하는 세 가지 버전의 <고향의 봄>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1. 오연준 어린이 버전 (연준이도 이제는 제법 컸을 텐데, 이 때는 그야말로 천상의 목소리였다. 참고로, 예전에 문재인 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 후 판문점 평화의 집 만찬에 초대받아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북한의 김여정 등이 따라 불렀던 영상은 참 감동이었다. 남북관계를 비롯하여 지금의 국정 상황을 생각하면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
https://youtu.be/RI_Nms6j_9Q?si=SMH91pd_QcIBJdtd
2. 윤선애와 최한솔 버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버전이다. 특히 기타 반주가 너무 좋다)
https://youtu.be/OxCW4jCe0Vk?si=9TYX3sSaqyGmNqVS
3. 피아노 + 바이올린/첼로 버전 (생각이 많고 마음이 고단할 때는 이 버전이 최고다)
https://youtu.be/empVfhOMx68?si=uXAuD-ayVZbGzbq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