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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 Oct 18. 2020

2020년 10월 18일의 일기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그 후로 오랫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겁이 났다가,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다가, 무서웠다가, 슬펐다가

- 오락가락하는 감정의 파동을 따라

잠깐씩 울고 또 잠깐씩 웃었다


화장실에 가 비누로 손을 닦고

아무 이유 없이 거울에 비치는 얼굴 뜯어보다

허옇게 뜬 입술이 보기 싫어

문득 결심했다

쉽게 울지 말자


아빠를 사랑하냐는 물음에는 답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하기에도, 그렇지 않다고 하기에도

뭐라도 대답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명치끝에 뭐라도 걸린 듯

울렁이는 느낌이 생각을 키운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나는 어디쯤에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지

무엇 하나 단정할 수 없이 불명확함으로 가득 찬 날들에서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결국에는 이겨내주었으면 한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그저

생과 사의 언저리에서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중일 뿐일지도

확연히 그 밖에 있을 때조차

여기가 안전지대라 믿으며 애쓰고 있을 뿐일지도


그렇다 해도 살아 숨 쉬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으나

모든 생은 

이대로 끝나기에는 아직 아쉽고 쓸쓸하니

내일 아침 괜히 오버했다고 그렇게 오늘 밤을 곱씹기를


좀 더 

오랜 날이 지난 후 

그런 때도 

있었다고 

이맘때를 떠올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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