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을 갈 거야.

교환학생을 결심하다

by 아씨

" 나 다음 여름에 상해에 갈 거야. "

어느 가을,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다 한마딜 툭 뱉었다.

뜬금없는 나의 한마디에 테이블에 커피 잔 3개가 동시에 툭 놓였다.


나를 오래 보아온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난데없이 밥 먹고 한다는 소리가 '집에 갈 거야', '여행 가고 싶어'도 아니고 '상해 갈 거야'라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 날 날 보던 똥그란 눈들이 이해가 갔다. 나는 그 밤, 그 눈들을 바라보며 그간 생각해왔던 것들을 한참을 풀어놓았다. 늦은 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앞좌석 머리에 붙은 중국어 학원 광고를 보며 '그래, 이건 운명이야.'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2학년 여름, 방 정리를 하다 고등학생 때 만들었던 버킷리스트 종이를 발견했다. 수영 배우기, 해외여행, 초밥 맛보기, 중국어 배우기, 번지 점프 하기, 살사 댄스 배우기, 친구들과 스키여행을 포함, 남들 다 쓰는 것들이 즐비했다. 내 것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열일곱 여고생은 참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던 모양이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 여고생은 어디 갔을까? 남들 다 쓰는 걸로 채워 놓은 버킷리스트인데, 남들 다 하는 동안 나는 뭐 하고 있었을까?



그날부터 작전은 시작되었다. 작전명 出國!

나는 서점에 가면 여행서적을 지나치지 못했고, 컴퓨터를 켜면 여행 블로그를 가장 먼저 누르는 사람이었다.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드넓은 초원과 에메랄드 색 바다와 하늘은 일종의 위로였고 피신처였다. 여행 프로를 보고 나면 그 숙소를 검색해 보고, 기대했던 뿌팟퐁커리가 맛없었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함께 실망하며(이 글을 읽고 6개월 뒤 태국에서 맛본 뿌팟퐁커리는 정-말 맛있었다), 파리의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문장을 보면 나도 얼른 커피를 한잔 내려와 다음 글을 읽었다. 나는 이토록 여행기에 열정적이고 능동적인 독자인 것이다.


그러나 숱하게 읽어온 여행 서적, 매일 들락날락 거리던 블로그의 여행기는 늘 남 얘기에 그쳤다. 막연하게 꿈꾸던 해외여행을 막연한 걱정들로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패기 있게 출국을 결심했지만 여권도 없는 내게 아직 '외국'은 참 먼 이야기였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에 외국 풍경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행 다녀온 친구를 만나며 나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종일 일했다. 외국인을 만나러 외국에 가지 못하고, 한국에 온 외국인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일이라니. 퇴근 길은 덥고 습했으며 난 꼭 그만큼 울적하고 초라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 가을이 왔고, 나는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일단 지원하려면 자격요건을 갖추어야했다. 중국어 자격증. 아직 갈길이 참 멀구나.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다고 했던가. 좋은 소식을 접했다. 돌아오는 봄 학기에 학교의 국제협력본부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 있단다. 테마 있는 해외탐방을 기획하여 발표와 면접을 거쳐 선발될 경우 소정의 경비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거야!' 싶었던 나는 곧바로 친구들을 모았고,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시작했지만, 준비하다 보니 선발 여부에 상관없이 우린 무조건 떠나자!라는 데 입을 모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처음만 어렵다는 말이 맞았나 보다. 나는 동시에 교환학생 파견 지원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