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산을 넘고 아이는 안정을 찾았다. 돌아왔구나. 그럼 공부를 하지 않을까?
역시 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학원만 겨우 다니는 정도다. 자기 주도 학습은 안하냐고?
사춘기는 공부를 안한다. 알아서 한다면 그건 유니콘 같은 자식이 랜덤으로 나온거다. 나는 그런 유니콘을 기대하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한 아이이기에 합의된 학원을 보낸다. 어린 시절부터 연습했던 것은 시작한 것은 마무리할 때까지 하기, 숙제는 반드시 하기 였다. 그래서 한 학원들을 오래다녔고 숙제는 질은 두번째로 했지만 반드시 해갔다.
하지만 중간고사때와 다르게 딱 그것만 했다는 것이다.
내가 걱정이 되었던건 딸이 다니는 중학교 시험이 어렵고 까다롭다는 사실이다. 학원에 가서 00중이에요라고 하면 다들 한숨부터 쉬신다. 문제를 분석해보니 어렵다기 보단 헷갈리게 내서 완벽하게 알지 않으면 풀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지난 중간고사에 수학은 평균이 89점이었지만 과학은 61점이어서 1학년 전체가 멘탈이 나갔던 적이 있다.
급기야 본격적인 기말준비는 전날 이루어졌다.
급해진 아이는 나를 불렀다. 방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문을 꼭꼭 걸어잠그던 아이가 나에게 <족보닷컴>을 아냐고 물었다. 이미 가입되어 있지. 라고 했다. 자기에게 문제를 좀 뽑아줄 수 있냐고 한다. 전날? 지금? 친구들이 거기 문제를 풀었다고...
나는 중학교가 되면서 먼저 문제집을 사주거나, 문제를 뽑아주지 않는다. 학원에서 받아오는 문제집도 있을 뿐더러 이제는 더이상 강요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 소용없는 일에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이 내 성격이기에. 그런데 이제는 먼저 자습서를 사달라 평가문제집을 사달라 문제를 뽑아달라고 한다. 당연히 다 푼 것은 제대로 없지만 뭐라도 들춰봤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못풀걸 알지만 뽑아 주었다. 돈이 꽤 비쌌다. 오늘도 이렇게 나의 돈이 새는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뽑아주었다. 살펴보니 태양계 부분때문에 아이가 멘붕이 와 있었다. 알고보니 과학학원에서 배운 것이 없었다. 공부양도 부족하고 설명도 부족했다. 시끄러운 분위기에 선생님의 제재도 없었다. 어쩐지 매번 가는 것을 꺼려하더니 이유가 있었다. 내신 과정이 다 끝나지 않았지만 과학 학원은 그만두었다.
이론 공부를 하고 문제를 몇가지 풀고 틀린 것은 이론을 다시 나에게 설명했다. 학원 문제집에서도 틀린 것을 확인하고, 오투문제집도 태양계 부분만 풀어보았고, 나는 매기는 것을 담당했다. 이렇게 같이 하고 나니 아이가 나한테 옆에 앉아있으라는 것이다. 언제는 자기 방 앞에도 얼씬을 못하게 했는데. 책을 보면서 중간중간 부탁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안타까운 것은 며칠만 이렇게 했어도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역시 일은 과학에서 났다. 다행히 학교 전체가 난리가 난 것이라 오히려 딸아이는 괜찮은 성적이 되어버렸다. 다른 과목들은 중간보다는 부진했지만 공부를 안한 것 치고는 그냥 저냥 자존심은 챙긴 정도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점수가 아니다. 이 과정속에서 내가 얻은 것은 전날이라 해도 스스로 하는 때가 온다는 것. 그리고 엄마는 간섭하기 위한 존재가 아닌 도와주기 위한 존재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 시험에는 짧게라도 엄마랑 정리만이라도 해보자라고 했더니 흔쾌히 수긍했다. 학원에서 정리했을 때보다 엄마랑 정리했을 때가 더 잘됐다고.
근데 아마도 2학년이 되면 지금의 일은 기억을 못하고 <내가 알아서 할께> 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무사히 기말고사를 끝낸 걸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