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의 쓸모

삐뚤빼뚤한 마음

by 단아

예민함의 쓸모라. 양가감정이 넘실거린다. 말이 되나 싶은데 그렇다고 아주 쓸모없는 건 아니니.. 내적 갈등은 일단 접어두자. 예민한 아이의 육아에 대해 들은 일이 있다. 예민함은 비싸고 섬세한 악기와 같아서 잘 다루고, 길들이는 수고를 들인다면 아름다운 소리를 내니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것이다. 길들인다는 것은 고생스럽기 짝이 없는 과정이며 날 것의 상태로 두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그야말로 자리만 차지하는 악기.. 버리지도 못한다. 어떻게든 쓸고, 닦고, 조율하고, 그에 맞게 대해주는 시간이 있어야만 아름다운 소리를 누릴 수 있는 거다.


우리의 예민함도 무용하게 방치할 순 없다. 정성을 들여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라도 말이다. 과연 예민함의 쓸모는 무엇인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쓸모가 있긴 하다. 가뭄에 콩 나듯 썩 괜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밥벌이(심리상담과 검사)에서 요긴하다. 이 사람이 어떤 걸 필요로 하는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대화 속 여러 파편들을 분류해서 꿰는 것도. 재미난 건 내가 예민하고 급해서 그런지 예민한 사람들이 재빠른 요약과 속도감에 만족도가 높다. 특히 예민한 데다 똑똑한 사람들은(주로 예술하는 사람들) 말의 양도 풍부하고 층위가 촘촘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색다르다. 이해받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했을 거고, 하나하나 설명하느라 무척 수고로웠을 거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랬으니까(물론 똑똑함과 거리가 멀다). 도무지 느끼고 감각하는 것들을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말을 삼키는 날이 많았는데, 행여 찰떡같이 이해해 주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웠다.


그러니 그런 역할을 하는 건 괜찮겠다 싶었다.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피조물은 각자의 쓰임새가 있기 마련. 마침 예민한데 사람의 마음을 듣고 살피는 일을 하고 있으니 성실하게 써먹어야 한다. 태생적 예민함을 받아들이고 예민함을 사용하는 데 정성을 기울이는 거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예민한 사람들을 가장 잘 헤아리는 상담자를 지향하면 더 좋겠다. 울타리를 치고 예민함의 정원을 가꿔볼 거다. 자신에게도 이롭고, 타인을 도울 수 있으니 작지만 대의와 명분이 있다. 게다가 이 행위로 대가(월급, 상담비)를 받으니 실리를 충족한다. 마지막으로 말의 그릇인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부족함을 채우고, 뾰족한 부분을 다듬기 위해 노력하는 겸양도 슬쩍. 꽤나 조화롭다.


수에 밝은 사람은 관련 일을 하면 된다. 무대에 서야 만족스러우면 서야 하고, 손기술이 뛰어나다면 펼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경쟁 없이 못 산다면 경쟁에 뛰어들면 되는 것이고. 타고난 성정을 애써 누르려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추구미를 설정하면 불행을 느끼기 쉽다.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그 안에서 쓸모를 찾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무던하다? 축하합니다! 있는 그대로 누리며 사십시오. 예민하다면 번뇌와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하지요. 예민함이 자신과 타인을 찌르지 않을 때까지. 이후에 마음껏 활용하면 되는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깊게 좋아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탄복하고, 재주가 있다면 창작을 해도 훌륭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섬세하게 고민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가는 데 예민함을 쓰면 그만이다. 나름의 쓸모에 맞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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