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좌절

삐뚤빼뚤한 마음

by 단아

예민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든다. 주야장천 하고 있는 말이다. 다만 공을 들인다 해서 매번 괜찮은 것은 또 아니다. 당연한 말이다. 뭘 한다고 다 되면 그게 세상살이냔 말이다. 그런데 퍽 실망스럽다. 할 만큼 하는데도? 또 이러네? 언제까지 이럴 작정이지? 두개골에서 난타 공연이 시작됐다(멈출 수 없다). 늘 그랬듯 별 거 아님에서 시작한다. 본디 군자에 미치지 못한 소인으로, 속이 좁디좁아 작은 일에 파르르 하는 것이 예삿일이니까.


유쾌하고 유쾌한 금요일 저녁. 이유 없는 자궁의 태업으로 컨디션이 썩 좋진 않았다. 하지만 평일의 뿌듯한 마무리를 위해 기세 좋게 필라테스에 갔다. 주 2회 운동을 3회로 늘렸고 제법 적응한 모양새도 좋았다. 뭔가 제대로 사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스트레칭을 시작하고 10분 정도 됐을 때 땀이 뚝뚝 떨어졌다. 어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거 왜 이러나. 잠깐 나가서 땀을 닦고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목덜미가 축축했다. 원래 운동하면 땀이 잘 나는 편이라 뽀송한 사람들을 부러워했다만 상황이 좀 달랐다. 당황해서 더 땀나는가 싶어 양해를 구하고 밖에서 좀 쉬다가 오늘은 아니다 싶어 중도 귀가했다. 혹시나 갑자기 어지러워져 다치면 여러모로 곤란하니까.


왜 그런가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봤다. 컨디션? 좋지 않았지만 크게 나쁘지도 않았다. 으레 있는 pms정도. 잠? 못 자진 않았다. 밥? 입맛이 없어 양껏 못 먹긴 했다. 그래도 야채와 고기는 챙겨 먹었는데.. 스트레스? 현대인이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는가. 사실 최근엔 본업도 부업도 노동량이 과하진 않다. 오히려 요정도로만 일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군 느꼈다. 술? 거의 안 먹었다. 설마 날씨? 오히려 한 달이 넘었던 불지옥이 조금 잠잠했다. 대인관계 고민? 이번 달 사적인 약속이 하나도 없어서 모르겠다(오히려 좋아). 없다. 아무리 살펴봐도 식은땀의 이유가 없다. 이쯤 되면 그냥 노화의 일부인가 싶다.


이제 운동도 조심해서 하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갈아 넣으며 하지 않았다. 오래, 꾸준히만 하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몸의 반응만 봤을 땐 철인 3종경기 연습하냐고 오해하겠다. 나약한 심신에 넌더리가 난다. (...). 잠시 상담자의 자아로 갈아 끼워보자. 내담자들이 비슷한 말을 했을 때 내가 뭐라 했더라. 기분과 상태는 날씨와 같아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도 순간의 변수에 적응해야 할 때가 많다고. 예측가능성과 안정감을 위해 일상의 루틴이 중요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벗어날 때도 있다고. 봄이어도 갑자기 추울 수 있고, 가을에 눈이 내리기도 하는 것처럼. 그럴 땐 옷을 더 입고 우산을 쓰는 게 최선이라고. 이야. 자주 내뱉던 말이 정작 내게는 닿지 못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여전히 부족한 중생이며 소인이구나. 그러려니 해야 한다. 그러려니. 잘 안 돼도 연습해야지 뭐 어떡하겠나.


이거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과한 발한은 체온 조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 일단은(이유는 모르겠다만) 과부하의 신호는 맞는 거 같다. 더부룩한 게 싫어 주로 공복 상태에서 운동했었는데 단백질바 혹은 바나나로 약간의 열량을 보충해 줘야겠다. 에너지가 있어야 제대로 쓰일 테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좀 더 신경 쓰라는 것으로 해석하고 실천해 보겠다. 무턱대고 성질내지 말고..


지금은 이게 최선이니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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