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남
“선택 그 자체는 잘하고 잘못하고가 없습니다. 선택 이후에 어떻게 사느냐에 달렸을 뿐입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니니, 저는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2년 전, 첫 직장인 현대건설을 퇴사할 때 가까운 동료들에게 보낸 메일에 적었던 말입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가기로 한 건 그때까지의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어쩌면 ‘선택’이라고 부를만한 첫 번째 행동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전까지는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고,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니 취업준비를 하고, 운 좋게 나를 뽑아준 회사에 입사하는, 그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얌전히 수행하며 살아왔으니까요.
로스쿨에 가서도 해야 하는 일이 분명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고, 그 덕분에 재판연구원이 되어 법원에서 법조 경력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또 다른 회사였고, 회사원으로 살고 싶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돌고 돌아 결국 공무원이라고 이름만 달리하는 회사원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저에 한한 이야기이고, 법원은 훌륭한 구성원이 모여 있는 집단이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조직입니다).
네, 그렇게 저는 개업 변호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변호사’라는 건 직업이 아닌 자격증인데, 이 자격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보니 오히려 쉽지 않습니다. 많은 선택지와 그 선택의 자유는 무한한 가능성을 주지만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성 속에서 두렵기도 합니다. “뭘 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생각은 많이 하지만 쉽게 결정하고 행동하지 못합니다.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그저 주어진 일만 잘 처리하고, 무언가 잘못되면 남을 탓하면 되는 삶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회사 다니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거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저에게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을 통해 김혜남이 전하는 말은 따뜻하게 다가와 힘이 됩니다.
생각이 많으면 걱정이 많아질 뿐, 보다 단순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게 필요합니다. 불행해지는 한이 있어도 나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할 자유는 너무나 소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면 불행해지지 않을 겁니다.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은 다 잘 되기 위한 좋은 일이니까요.
잘나가는 의사이지만 지금의 저와 같은 나이인 42세에 파킨슨병을 얻은 저자의 “살아보니 나쁜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장애물을 어떻게든 넘으려 애쓰며 나는 좀 더 단단해졌고 편안해졌다.”는 말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걱정하거나, 일이나 대인관계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부적응적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이 책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