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 박시백

by 임상영

드디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다 읽었습니다.

만화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스무 권이나 되다 보니 다 읽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KakaoTalk_20250304_092121373.jpg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정리한 이 책을 통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일은 재미있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접했던 역사 속 장면들을 제대로 알고 확인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었고요.


왕과 신하 사이는 물론 신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궁궐 내부의 정치싸움과 그 해결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롭고, 한 나라의 지도층이라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무엇보다도, 수많은 사화, 정변, 환국, 박해를 거치며 왕의 기분이나 정세의 흐름에 따라 무수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고문당하거나 죽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제도입니다. 실질적 정의, 즉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누구도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갈등을 처리하는 과정과 방법에 해당하는 절차가 중요하고, 이것이 바로 제도이고 국가의 법이지요. 법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는 법치주의는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국가의 법을 해석해서 판단하는 기관에 대한 존중은 법치주의의 핵심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계엄 해제로 끝이 난 것이 아니라 더 큰 위기상황에 처했습니다. 판사 개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에 법원에 대한 물리적 공격도 일어나고, “헌법재판소를 쳐부수자”라는 말도 등장합니다. 심지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를 얻어 당선된 국회의원 입에서도 저런 소리가 나옵니다. 관용을 위해 극단적인 것에 대한 불관용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요즘 심심찮게 제목을 들을 수 있는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① 헌법 부정 ② 선거제도의 정당성 부정 ③ 상대 정당을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 ④ 지지자들의 폭력행위에 대한 암묵적 동조 등을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구체적 신호로 제시하는데, 이 신호들이 지금 우리나라에 보이는 것이죠.

계엄 자체도 문제지만 그 이후의 흐름이 매우 슬픈 요즘입니다.

작가의 이전글불온한 공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