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시드 할리디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소유하겠다.”
물론 며칠 뒤 말을 바꾸긴 했습니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 말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지만 미국도 참 놀라운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세계의 앞날을 정말 알 수 없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들른 도서관에서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와 꺼내 읽었습니다.
중동을 지배하던 오스만 제국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는 지역을 장악한 것은 영국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예루살렘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무렵 유럽에서 박해받던 유대인들이 이 지역을 자신들의 ‘약속의 땅’이라며 몰려들기 시작하죠. 여기에 영국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적 고향을 세우는 것을 지지한다”고 해버리자(밸푸어 선언), 이주해 온 유대인과 이미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 사이의 충돌은 점점 심해집니다.
이렇게 모여든 유대인들이 ‘민족적 고향’을 넘어 ‘이스라엘’ 국가 건국을 선언하면서 중동전쟁이 시작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됩니다. 팔레스타인 난민 상당수는 아직도 좁은 가자지구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압축적으로 적었지만 중동전쟁을 비롯한 갈등이 수없이 있었고, 지금도 전쟁이 이어지며 무수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는 데다 종교가 끼어 있으니 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둘만의 문제가 아닌데요.
저자의 말처럼 ‘팔레스타인인을 쫓아내고 그들의 고국을 다른 이들의 민족적 고국으로 바꾸기 위해 벌어지는’ 이 정착형 식민주의는 원주민에게는 ‘대재앙’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학살하고 건국된 기독교 국가 미국은 이스라엘의 든든한 우군인데, 이 갈등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과연 결말이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