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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강신주

by 임상영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은 과연 쓸모가 없는 것인가. 아니, 문과 놈들은 입만 터는 것인가.


직접적으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손기술이 없으니 언뜻 그래 보이기도 합니다만, 전체를 아우르고 공동체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며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 사유하는 능력이 문과의 힘이자 쓸모이겠지요. 철학과 같은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이고요.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편안하게 읽히는 부드러운 글을 쓰는 철학자 강신주의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그래 이런 게 문과의 쓸모지’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캡처]



책 제목의 ‘한 공기’는 밥 한 공기를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배고플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아니라 딱 한 공기의 밥이라는 거지요. 강신주는 사랑도 마찬가지로 내가 주고 싶은 만큼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그 사람의 고통을 덜어줄 만큼만 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이자 아낌의 사랑이라 말합니다.


이처럼 사랑을 ‘주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사랑이란 타인의 고통에 민감해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이 책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습니다.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타인의 고통에 더 민감해지자는 다짐을 해 봅니다. 사랑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아낌, 한 공기의 따뜻함을 전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자연과 타인에게는 불편함이라며 “성숙한 인간은 자신이 빠져있는 무미건조함이나 고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 타인이 연락을 취해오면 하염없이 기쁘지만, 먼저 연락을 취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문장을 보고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잘 하지 않는 나는 역시 성숙한 사람인가 보군’이라는 반드시 참이지만은 않은 명제를 만들어도 봅니다.


철학이 삶과 멀리 있지 않음을, 사랑이란 결국 서로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마음에서 시작됨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전해주는 이 책을 통해 나 자신과 타인을 아끼는 법을 조금 더 배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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