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모든 것
생성형 AI의 산업계 진출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며, 대부분 인간이 경제적으로 무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뾰족한 해결책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지지한다기보다는, 다른 뾰족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기본소득이 효과가 있는지부터 논의해 보겠습니다.
OpenAI의 샘 알트먼 대표는 3,000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실험군으로 선정된 1,000명에게 매달 $1,000를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현금으로 줬습니다. 대조군 2천 명에게는 매달 $50을 지급했고요. 실험은 2020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매달 조건 없이 주어지는 145만 원의 소득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워낙 거대한 규모의 실험이다 보니 아직 모든 결과 해석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4편의 미완성 논문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추후 이 외의 다른 주제들을 연구한 결과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① 기본소득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
② 기본소득이 고용에 끼치는 영향
③ 기본소득이 소비에 끼치는 영향
④ 기본소득이 정치적 견해에 끼치는 영향
한 가지씩 살펴보겠습니다.
① 기본소득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
기본소득을 받아 경제적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병원을 더 자주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예방접종, 건강검진, 운동, 수면시간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혈압, 콜레스테롤, 비만율, 사망률 등의 지표에서도 전혀 개선이 없었습니다. 정신건강은 어떨까요? 기본소득을 받는 첫해에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2년 차 이후에는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즉,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건강 개선에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결론입니다. 기본소득만으로 건강 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으니, 건강 개선을 위한 표적화된 보건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② 기본소득이 고용에 끼치는 영향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의 노동 참여율이 2%P 감소하였고, 주당근로시간 역시 1.4시간가량 감소했습니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일을 덜 하고 싶어 했습니다. 아무래도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돈이 있으니, 근로의욕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의 노동시간도 비슷한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가정 전체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립니다.
총소득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놀랍게도 기본소득을 받는 쪽의 연 소득이 $1,500가량 감소했습니다. 본인의 근로소득을 압수한 것도 아니고, 외부에서 공짜로 돈을 더 주기만 했는데도 연 소득이 줄어든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수혜자 대부분은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놀았습니다.. 여유시간을 육아, 운동, 구직활동, 자기 계발 등 다른 생산적 활동으로 전환한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근로의욕과 근무시간을 감소시키고, 사람들을 더욱 비생산적인 활동에 몰두하도록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기본소득 제도가 성공하려면 일정 규모의 강제적 근로 시간을 부여하는 등,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③ 기본소득이 소비에 끼치는 영향
기본소득이 소비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연 소득이 $1,500가량 줄어들었지만, 연간 소비 금액은 오히려 $3,700 이상 증가했습니다. 버는 돈은 더 줄어드는데 쓰는 돈은 더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땀흘려 돈을 벌어 봐야 돈이 소중한 줄 안다던 어른들의 말씀이 틀린 것이 없습니다.
은행예금이나 주식 등의 재산은 $1,000 ~ $2,300가량 증가했습니다. $1,000은 사실상 이번 달 기본소득을 쓰기 전에 찍힌 통장잔고나 다름없으므로 대부분 사람이 저축은 하지 않았고, 알뜰한 사람조차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작 소득의 6% 정도만 저축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가계부채는 $500 ~ $1,800가량 증가했습니다. 주로 자동차 구매를 위한 할부금 대출이 많았다고 합니다. 공짜 돈이 생기니 사치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증가 지출분 중 2/3가량이 비내구재에 치중된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소비 습관을 악화시키는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재산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제도를 실제로 실행한다면 금융교육 의무 이수 등의 필수 요건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④ 기본소득이 정치적 견해에 끼치는 영향
보편적 기본소득은 공산주의적 이념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는 공산주의를 옹호하거나, 보편복지의 확장을 추구하는 좌파적 이념으로 변화가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투표율, 정치 캠페인 참여 등 정치적 활동률에는 변화가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정치적 이념의 변화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진보성향에서 보수로 전향하는 예도, 보수성향에서 진보로 전향하는 예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그대로였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정도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만 인종의 차이에 조금 관대해지거나, 일부 정치인에 대한 호감이 아주 약간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마음이 누그러지는 경향은 관측되었는데, 연구진들은 이에 대해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존재에 대한 정서적 평가가 높아진 것 같다."라고 해석합니다.
결과적으로 기본소득은 수혜자의 정치적 이념이나 정치 참여도 등,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이 네 가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정치적 성향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어 총소득은 오히려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재산의 증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치와 충동적인 소비를 증가시키고, 사람들의 자기 계발을 방해한다.
와, 끔찍한 결론입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이 지금처럼 일을 하고, 땀을 흘려 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돈은 어떻게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을까요?
우선 무상으로 현금을 찍어내 살포하자는 전략이 있습니다. 신용화폐 시대에 새로운 현금을 찍어내는 것은 국채 발행을 의미하므로, 결국 다음 세대의 빚으로 이번 세대의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주자는 주장입니다. 당연히 실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고, 관련 학회도 있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세금을 만들어 재원을 확보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주장은 빌 게이츠의 <로봇세>입니다. 빌 게이츠는 10여 년 전부터 로봇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이 일자리를 줄여서 아낀 금액에 세금을 매기자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는 이중과세입니다. 인건비를 절감하여 창출한 현금 흐름은 법인세 산출 과정에서 반영되거든요. 고용 불안정을 끼친 대가를 사회에 치르라는 형태의 세금으로 풀이됩니다.
기존의 세금을 더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누진세를 강화하여 고소득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고, 법인세를 강화해 돈을 많이 버는 법인으로부터 훨씬 큰 세금을 받아내고, 재산세를 강화해 많은 재산을 보유하기만 해도 큰 세금을 내도록 만들자는 이론들입니다.
물론, 이 같은 제도 도입이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프랑스는 최대 세율 75%로 법인세를 인상하는 제도를 2년간 실행하였으나, 대부분 기업이 해외로 도망가 버리며 세수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해 전 세계 공동의 재원을 마련하면 기업이 해외로 도망가더라도 돈을 걷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이 괜히 만들어졌겠습니까? 더 복잡한 조세회피 전략이 등장하기만 할 것입니다.
데이터에 세금을 매기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민이 생산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업이 돈을 벌었으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모든 IT 기업의 매출 일부를 세금으로 과세하자는 것입니다. 영국과 EU 소속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들이 기묘한 방법으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으니, 일정량의 세금을 강제로 받아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미국의 반발로 지연 중입니다.
이외에도 부가가치세를 강화하자는 주장부터 심지어는 계좌이체 등 금융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세금을 수수료처럼 부과하자는 극단적 주장도 있습니다. 이 경우 활발하게 돈을 주고받는 주체가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게 되고, 비교적 적은 거래를 하는 일반 가정은 세금을 거의 부담하지 않게 됩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실현이 가능한 것이 없으며, 기득권이 찬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해결이 어려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도입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전문가들이 이렇게까지 무리한 가정과 상상을 덧대어가면서까지 기본소득을 성립시킬 방안을 고민하는 이유는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인간은 근로 효율 측면에서 AI와 싸워 이기기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대량의 실업자들을 무소득 상태로 방치하자니 사회 시스템이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미래를 막을 수 있다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감당하는 등의 부작용이 더 낫다는 것이지요.
개인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행동은 민주사회에서 국민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입니다. 이제 이념이나 정당정치는 잠시 내려놓고, AI와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진지하게 다루는 정치인들의 공약에 한 번 더 눈길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구 의원을 압박하여 관련 법안의 입법을 촉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정당은 표를 받지 못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모든 정치인이 큰 관심을 기울일 테니 말입니다.
AI의 발전 속도는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법안이 하나 기획되고 시행되려면 5년가량의 세월이 필요하고요. 이념보다도 생존을 위하여 하루라도 더 빨리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