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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Jan 21. 2019

광음리의 샛별, 황재민을 만나다!

반병과 사람들 (1)

  반갑습니다. 반병과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매거진으로 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 매거진은 필자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주로 필자의 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시리즈를 시작하게 될 것 같네요. 처음에는 인터뷰 응답자가 추천하는 인물을 최우선적으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혹시 본인 또는 지인을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해 주시고 싶으시다면 브런치의 '제안하기'기능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광음리의 샛별, 황재민 님

  첫 번째 주인공은 상상텃밭의 황재민 이사입니다. 황재민 이사는 가족경영 농장인 '안동 황우촌'에서 축산 후계농으로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축산 후계농이 스마트팜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가 무엇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키가 너무 커서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수줍어하는 193cm의 사나이


  Q1. 반갑다. 내비게이션 보고 찾아오느라 힘들었다. 이 추운 날씨에 땀을 흘리고 계시는데, 어떤 일을 하고 계시던 중인가?

  네비는 무슨, 눈 감고도 찾아올 수 있다더니 뭘 힘들었다는 건가. 우사 바닥 청소하고 있었다. 마무리하고 올 테니 잠깐 기다려 봐라.


  Q2. 아 컨셉질좀 해 보자.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난 거고, 내가 형님 취재하러 멀리서 안동까지 내려온 걸로 하자.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는가? 알겠다. 멀리서 오느라 고생하셨다. 반갑다.


  Q3. 소가 참 귀엽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다. 이 송아지들은 지금 몇 살인가?

  (한숨을 푹 쉰다.) 

  아. 도시에서 왔으니 이렇게 소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인가? 얘네는 송아지가 아니다. 지금 23개월령이고 출하까지 7개월 남았다. 사람으로 치면 장년인셈이다.


  Q4. 그럼 황재민 님은 지금 몇 살인가?

  ???...... 28살이다.


  Q5. 아, 그런가. 소랑 동년배인 줄 알았다. 굉장히 동년이시다.

  (주먹을 꽉 말아 쥔다) ^^고맙다.


  Q6. 진정해라. 작업하시는 폼이 굉장히 능숙한 게, 하루 이틀 해 보신 게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보이나? 축산대학을 졸업하고 농장일 시작한 지 만 3년째가 되었다. 이제야 일머리가 생기는 것 같다. 

  아버지께서 축산 1세대이시다. 40년 넘게 축산업에 종사하셨다. 그런데 내가 대학교 4학년이 될 즈음, 이제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시더라. 까짓 거 일찍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고향으로 내려왔다. 축산 후계농인 셈이다.


황재민 님(우측)과 부친 황화섭 님(좌측). 아름다운 부자다.

  다른 후계농 분들보다는 상당히 빨리 내려온 편이다. 원래는 사회생활을 좀 하고 내려올 계획이었는데 앞당겨지게 되었다.


  Q7. 그러면 축산 쪽으로 활동을 많이 하셨나? 자랑 좀 해 봐라.

  여기 내려오고 나서는 현장에 있으니 대외활동은 거의 못하고 있다. 다만 학생 때는 이것저것 참 많이 했었다. 복학생의 패기랄까.


축산 동아리 초대 회장님의, 원근법을 무시하는 우월한 기럭지.

   여러 공모전, 대회는 물론이고 기자단 활동도 하고 그랬다. 특히 6차 산업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동아리를 만들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농장들을 인터뷰해 책자를 만들기도 했었다. 


  Q8. 굉장히 의욕적인 학생이었던 것 같다. 근데 너무 겸손하다. 자리를 만들어 줄 때 자랑 좀 해 봐라.

스피치를 통해 농산업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나우올제라는 스피치 대회에 나가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적이 있다. 막상 자랑하려고 하니 쑥스럽다. 미안하다.


  Q10. 멋지다. 그럼 유튜브에 황재민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나?

  ... 검색하지 마라. 그땐 아직 어렸다.


  Q11. 알겠다. 걱정마라.

검색하지 말라고 했지, 인터뷰 본문에 첨부하지 말라고는 안 했다.


  Q12. 일이 언제 끝나는가? 밥이나 먹으면서 마저 인터뷰해 보자.

  그쪽이 사는 건가?


  Q13. 그... 그렇다.

  비싼 걸로 먹자.


  Q14. ... 알겠다.



안동황우촌의 한우 갈빗살

  Q15. 여기 고기가 정말 맛있어 보인다. 이런 맛집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가?

  아버지가 축산 1세대라고 하지 않았나. 이 가게는 아버지께서 시작한 식육식당이다. 내가 태어난 해에 시작하셨으니 벌써 28년이나 되었다. 지금은 큰누나와 자형이 가게를 맡아서 운영하고 계신다. 인사드려라.


  Q16. 누님, 자형, 안녕하세요.

  (주방에서 이 쪽으로 손을 흔들어 주신다)


  Q17. 28년 전이면 농가에서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익구조 다각화에 아직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시기가 아닌가? 그때는 일단 대량생산에만 목매고 있었다고 배운 것 같다.

  내가 당시에 갓난아기였어서 다른 농가 사정까지는 잘 모르겠다. 

  90년대 초에 아버지께서 일본에 연수를 다녀오시고 국내 최초로 한우 브랜드를 만드셨다. 안동황우촌과 같은 시기에 첫걸음을 떼던 곳 중 지금 가장 유명해진 것이 횡성한우라고 전해 들었다. 여하튼 고기가 맛있다고 하니 고맙다. 많이 먹어라. 고기 문의는 카카오톡으로 하면 되는데, 이런 것까지 인터뷰에 올려도 되는가?


  Q18. 뭐 내 브런치가 공인 매체는 아니지 않은가. 시간 내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 정도는 충분히 해 드릴 수 있다. 나중에 커피나 한 잔 사라.

  알겠다. 인터뷰를 사적으로 남용하지는 않기 바란다. 나도 답변에 더 성실히 임하겠다.


  Q19. 그런데 여기 쌈채소가 참 싱싱해 보인다. 이런 채소는 어디서 사 오는가?

  이럴 줄 알았다. 굉장히 사적인 목적으로 인터뷰를 남용하고 있다.


  Q20. 조용해라. 얼른 대답이나 해 달라.

  아, 이건 상상텃밭 농장에서 오늘 수확해 온 상추다. 상상텃밭이 개발한 양액(액체 비료)인 닥터 앰플(Doctor's Ampoule)을 먹고 자란 상추다. 신선한 무농약 상추라서 더 맛있다. 하하하. 굉장히 싱싱해 보이지 않나? 


  Q21. 좋다. 잘하고 있다. 

  어휴...


  Q22. 상상텃밭? 처음 들어 본다. 상상텃밭이 무엇인가?

  상상텃밭은 "가장 진보한 기술로 가장 오래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다. 너무 말이 거창한가? 그냥 스마트팜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Q23. 그렇구나. 그런 멋진 회사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뭐??? 우리가 같이 차린 회사잖아


  Q24. 어허, 이 형님이 눈치가 없어. 쉿. 다시.

  아... 사실 내가 차린 회사다 ^^. 법인 설립 당시에는 대표이사였고 지금은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법인을 세우고 이제 2년이 되어 간다.


  Q25.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창업 계기가 어떻게 되나?

  너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멤버들마다 이유가 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이렇다. 

  졸업을 하고 호기롭게 안동으로 내려왔는데 축사 일이 생각보다 힘들더라. 충분히 각오하고 왔는데도 말이다. 몸이 힘든 건 충분히 견딜 수 있는데 너무 외로웠다. 사실 농장 일이라는 게 주말이 없는 건 기본이고 일하는 시간이 불규칙적이다. 매일 소한테 밥을 먹여야 하니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소가 아프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원래는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내는 성격인데, 막상 주변에는 소밖에 없으니까 절대적인 외로움이 찾아오더라. 

비닐하우스를 손수 짓는 고된 과정에서도 재민 형님은 항상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상상텃밭의 반병현 CTO가 같이 농업회사를 창업할 멤버를 찾는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았다. 큰 각오로 임했을 다른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단순히 재밌어 보였다. 그리고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왜 웃나. 갑자기 본인 이야기가 나오니 쑥스러운가?


  Q26. 헤헤. 그렇구나. 다른 멤버도 있나 보다. 총 몇 명인가?

  우리 팀은 총 6명이다. 일단 반병현 CTO는 AI를 맡고 있다. AI는 Avian Influenza(조류독감), Artificial Insemination(인공수정)의 줄임말이.... 아 아니다 미안하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축산학과라서 그렇다... 

  여하튼 인공지능, 컴공, 통계, 생명화학공학, 농경제학 등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멤버들이 각자의 역량을 활용하며 팀의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Q27. 멤버들과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

  지금 멤버들 중에 고등학교 후배가 셋이다. 나머지 둘은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합류한 친구들이다. 다들 너무 좋은 친구들이다.


  Q28.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비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보헤미안 랩소디 보았는가? 거기 나오는 멤버들이랑 똑같다.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그런지 의사결정이 참 빨라서 좋다.


  Q29. 그럼 어떤 단점이 있는가?

  업무에서 아낀 에너지를 다시 쓸데없는 것에 소진하는 게 단점이다.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인데, 맨날 얘기가 산으로 간다.


  Q30. 뼈저리게 공감한다. 뱃사공들이 다들 배를 산으로 몰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정작 업무 이야기는 한 시간이 넘지 않고 끝나는데 내가 왜 최면 기능이 탑재된 상추를 만들어 전 국민을 세뇌시켜 채식주의자로 만들자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가?


  Q31. 그 이야기 내가 한 이야기 같은데...

  부끄러운 줄 알아라.


  Q32. 황급히 화제 전환을 하겠다. 그러면 앞으로 상상텃밭이 어떤 회사가 되기를 바라나?

  상상텃밭은 농업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우리 마을을 봐라. 이제 어르신들이 농사 지을 여력이 안 된다. 노는 땅이 이렇게나 많다. 우리 같은 사람이 없으면 농업에 미래가 어딨겠나. 조금이나마 대한민국 농업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Q33. 훈훈한 마무리 감사한다.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벌써 다 먹어버려서 너무 슬프다. 타임머신이 있으면 빈 접시만 넣고 과거로 돌려보내고 싶다. 그러면 고기가 다시 수북하게 리필될 것 아닌가.

  맛있게 먹어 줘서 고맙다. 혹시 상상텃밭 스마트팜인 구경 하면서 이야기 좀 더 하겠는가?


  Q34. 당장 갑시다.



그의 우월한 키는 한우를 먹고 자란 덕분이 아닐까?

  Q35. 여기가 상상텃밭 스마트팜인가? 멋지다. 지금 저기서 자라고 있는 채소는 이름이 무엇인가?

  어... 저건 상추의 일종으로 주로 외국에서 많이 먹는 품종이다. 지금 이 10평 규모의 온실은 재배실험 동이다. 일종의 실험 중인 샘플이다. 영양결핍을 의도적으로 일으키고 지켜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많이 헤맸다. 농촌 출신인데도 전혀 지식이 없어서 처음 일 년간 R&D에만 시간을 쏟았다. 지금은 십 수가지 채소들에 대한 R&D가 완료된 상황이고 전용 양액 레시피도 몇 건 완성했다. 멋지지 않나?


  Q36. 멋지다. 인정한다. 황재민 님은 상상텃밭이 성공하면 그 이후로 목표가 어떻게 되는가?

  글쎄, 무슨 일을 해 보고 싶냐고 물어보는 건가? 개인적으로는 6차 산업에 참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지금 농장을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와서 먹고 자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이 부분에서 안동황우촌과 상상텃밭이 함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회사 친구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Q37.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혹시 다음에 인터뷰할 사람을 한 명 추천해 줄 수 있는가?

  상상텃밭의 박천건 인턴을 추천한다.


  Q38. 알겠다. 또 보자.

  이따 저녁 먹을 때 보자.




반병현 소속 직업출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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