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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Jan 30. 2019

안동이 낳은 과학영재, KAIST 전자공학도 박천건

반병과 사람들 (2)

과학영재가 인턴 생활 한 달만에 농부가 다 되었다


  반병의 사람들, 두 번째 주인공은 상상텃밭의 박천건 인턴입니다. 박천건 인턴은 안동시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경산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한 수재입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이미 안동이 자랑할 과학영재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천건님의 뛰어난 재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경산과학고등학교를 2년 만에 수료하고 KAIST에 합격하고 말았거든요!


  안동이 낳은 과학영재 박천건 님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과연 KAIST 전자공학도가 농업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었을까요?



  Q1. 반갑다. 황재민 님의 추천으로 찾아왔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다.

  어! 형 왔어요? 이제 저녁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얼른 앉아요.


  Q2. 쉿. 우리는 오늘 처음 본 것으로 해 달라. 컨셉이다.

  흠... 동훈 형님? 이 형님 오늘 왜 이러죠?


  동훈. 쟤 가끔 저렇게 정신 나가는 날이 있는데 그게 오늘인 것 같다. 

  Q3. 쉿. 애한테 이상한 것 가르치지 말아라.

  동훈. 어휴. 천건아. 적당히 상대해 줘라.


  Q4. 들었지? 얼른 나를 상대해 달라.

  어휴.. 상상텃밭 인턴 진짜 극한직업...


  Q5. 자, 다시 시작하자. 안녕하세요! 황재민 님의 추천으로 찾아왔습니다. 박천건 님 맞으시죠?

  아 네, 맞습니다. 제가 바로 박천건입니다. 하하하.


  Q6. 휴 다행이네요! 제가 제대로 찾아왔나 봅니다.

  동훈. 뭔 거의 매일 오는 곳이면서. 

  그러니까요.


  Q7. 이렇게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저는 KAIST 13학번 박천건입니다.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이고, 현재 농업회사법인 상상텃밭 주식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경산과학고등학교를 나왔고, 중학교까지 안동에 살았습니다.


  Q8. 좋아. 마음에 든다. 인턴이라고 들었는데 맞는가?

  (한숨을 쉰다.) 인턴이 맞다. 그런데 일반적인 인턴이랑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나는 지금 CUop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Q9. CUop 프로그램? 그것이 무엇인가?

  KAIST를 비롯한 5개 과학기술대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와 제휴를 맺은 벤처기업에 카이스트 학생이 파견되어 두 달간의 인턴십 활동을 하는 것이다. 두 달간의 인건비는 기업이 아니라 KAIST 쪽에서 나온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면 400만 원의 장학금이 지급되는 형식이다. 학점도 나온다.


  Q10. 참고로 상상텃밭은 CUop에 2년째 선정된 기업이다. 인턴을 납치해 주식과 스톡옵션을 주고 등기이사로 올린 적도 있다. 과기대 학생들의 많은 지원 부탁한다.

  아니 무슨 회사 광고를 이렇게 갑자기 집어넣나?


  Q11. 자, 전공이 전자공학인데 상상텃밭은 농업을 하는 회사가 아닌가. 전공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는 직장이 아닌가?

  얼핏 생각해 보면 농업이랑 전자공학은 별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농업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은 인류가 운영해 온 산업 중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발전함에 따라 농업은 자연스레 인류가 쌓아 올린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함께 발전해 왔다. 상상텃밭은 스마트팜을 이용해 농업에 새로운 특이점을 목표로 하는 회사다. 그래서 스마트팜에 대한 이해를 위해 전자공학적 지식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아두이노를 손에 들고 웃고 있는 박천건 인턴


  Q12. 그렇구나. 멋진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건 아두이노라는 장치다. 회로를 설계하고 제어할 때 입문용으로 사용하기 쉬운 장치다. 컴퓨터에서 프로그램 코드를 짜면, 이 장치를 통해 회로에서 실험할 수 있다. 두 달이라는 짧은 인턴 기간이지만 그 안에 상상텃밭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


  Q13. 열정이 아주 대단하다. 그런데 방학에 이렇게 인턴 하는 게 사실 귀찮고 힘든 일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예전에는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었다. 이번 방학에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잘 찾아와서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남는 것도 많을 것 같다.

  

  Q14. 아주 훌륭하다. 인벤에서도 인턴십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다. IT 및 게임 관련 회사인 인벤 커뮤니케이션에서 반년 가량 인턴으로 일했었다. 인벤은 굉장히 좋은 회사지만, 한 가지 후회되는 점이 있다. 업무가 내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였기 때문에 인턴십이 끝나고 내게 남은 것은 엑셀을 다루는 스킬밖에 없었다. 상상텃밭에서는 전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15. 그렇구나. 보통 인턴십은 수도권이나 광역시에서 많이 하지 않은가?

  그렇긴 하다. 수도권이나 광역시를 제외하면 인턴십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Q16. 대부분의 시골 출신 학생들은 고향에서 벤처기업 인턴 자리를 구하는 게 사실 힘든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도시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장점으로는 여러 가지 연결점을 꼽을 수 있겠다. 나의 경우 안동 출신이지만 어린 나이에 타지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안동에 네트워크가 없다. 고향으로 돌아와 인턴십을 하면 그동안 잃어버렸던 이 지역과의 연결고리와 기반을 새로이 다질 수 있다. 사소한 것 같아 보여도 여기에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점으로는 대부분의 중소도시에 해당되는 것인데, 인프라가 부족하다. 교통이나 서비스 등등,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도시와 차이가 있다. 특히 대도시에서 지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일하는 시골 출신 학생들은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영재의 마음을 흔들어버린 채용 포스터. 참고로 필자가 만들었다.

  Q17. 근데 왜 하필 많은 회사 중에서 상상텃밭에 지원했나?

  처음 학교 커뮤니티에서 상상텃밭의 채용공고 포스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미래농업이라는 직무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첨단기술로 스마트팜 연구를 한다니, 진짜 이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했다.

  그 후 CUop프로그램에서 신청 가능한 다른 회사 목록을 훑어봤지만, 처음 본 상상텃밭보다 마음에 드는 회사가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상상텃밭에 지원했다.


박천건 인턴이 잔혹한 생체실험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Q18. 그랬구나. 그런데 주섬주섬 뭘 챙겨 입는 건가?

  실험복이다. 지금부터 식물의 영양상태를 체크하고,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주려고 한다.


  Q19. 와 그런 것도 할 줄 아는가?

  상상텃밭 형님들한테 배운 대로 하는 것이다.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Q20. 평소 메인 업무는 따로 있는가?

  근무가 두 종류인데, 사무실 근무와 농장 근무가 있다.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작업들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상업용 수경재배장치를 분석하거나 딥러닝 관련 논문을 수집하는 일을 한다. 농장에서는 현재 증축 중인 시설의 설계를 돕고 있다.


한 달 사이 손놀림이 많이 능숙해졌다.


  Q21. 인턴십을 해 보고 싶은데 경험이 없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대학이라는 것은 학생이라는 인적자원을 많이 담고 있는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학교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니 생각보다 인턴십 기회 자체는 많이 있다.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데, 학생인 내 기준으로는 학과 사무실에 연락해 보거나 친구들 또는 졸업한 선배에게 연락해 보며 정보를 구하는 것이 쉬울 것 같았다. 이렇게 간략한 정보를 얻은 뒤에 기업별로 상세한 내용을 검색하며 준비하고 인턴십에 도전했다.

  내가 할 만큼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다음은 운인 것 같다. 경험이 없다는 것에 크게 초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에서 '화석'학번으로 불리는 나도 어떻게든 하고 있는 중이니까.

  뭔가 당연한 이야기만 한 것 같은 기분이라 조금 무안하다.


  Q22. 인턴십이 끝난 뒤에는 계획이 어떻게 되나?

  일단 학교를 다시 열심히 다닐 것 같다. 졸업과 군대, 취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일단은 큰 계획이다. 과학계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으니 굳이 나까지 과학계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Q23. 그렇구나. 굉장히 건실한 청년인 것 같다. 어떤가, 내 칭찬을 들으니 소감이 어떤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칭찬에 매우 감사하다. 실제로는 아닌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 같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기대에 걸맞은 사람이 되겠다.


  Q24. 크게 한숨을 쉬었는데, 무슨 이유가 있는가?

  대학 입학 직후에 게임에 너무 몰두해서 건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었다. 아침 해를 보면서 잠들고 저녁에 일어나는 생활 주기에, 수업을 빼먹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건강도 해치고 성적도 해쳤다. 지금은 만회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Q25. 지금처럼만 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

  상상텃밭의 류동훈 형님을 추천한다.


  Q26. 알았다. 밥 먹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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