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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Apr 15. 2019

지구 종말하는 꿈 (1)

개꿈

  한창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한기가 느껴져 잠이 깼다. 잠에서 깼다고 바로 눈을 뜰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옆으로 돌아눕는다. 아직 알람이 울리기 전이니 조금만 더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운 좋게 다시 잠들 수 있다면 더 좋고. 그런데 잠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꽤 큰 소음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피부를 간지럽히듯 큰 소음이.


  덜컹, 덜컹.


  내가 잘 아는 소리다. 무슨 소리일까? 그래, 기차다. 기차 소리가 틀림없다. 기차가 달릴 때 선로와 바퀴가 부딪히며 나는 그 소리다. 그런데 우리 집 근처에 기찻길이 있었나? 내가 상상텃밭 근처 논두렁에 꼬구라져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건 꿈일 것이다.


  어차피 꿈 속이면 더 자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눈을 떠도 될 것 같았다. 알록달록한 그래프가 잔뜩 그려진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 전체에 벽걸이 모니터 수십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급하게 설치한 것 같다. 선 정리가 되지 않아 굵은 전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위쪽 모니터에서 내려온 전선이 아래쪽 모니터 화면을 일부 가리기도 했다. 대체로 수평도 맞지 않았다. 누가 설치한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마음이 다급했던 것 같다.


  상체를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봤다. 열 평 남짓 되어 보이는 공간이었다. 공간 내부는 생각보다 밝았다. 네모나고 하얀 공간이다. 정면에는 흰색 암막커튼이 달려 있었다. 그 너머에 창문이 뚫려 있는 것 같다. 나는 보라색 시트가 깔린 이상하게 생긴 침상에 누워 있었다. 마치 바이올린의 몸통처럼 생긴 부드럽게 굴곡진 형태였다. 팔다리에는 전선이 연결된 전극이 잔뜩 연결되어 있었다. 한쪽 다리에만 스무 가닥 이상의 전선이 매달려 있었다. 전극은 언젠가 사용한 적 있는 3M 사의 제품인 것 같았다. 내 왼쪽으로는 똑 같이 생긴 침상 두 개가 더 놓여 있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몸을 조금씩 움직여 봤다. 가운데쯤 있던 모니터의 그래프가 요동치고 있다. 저 모니터에 나온 그래프가 내 몸에서 나온 정보임에 틀림없다. 술을 마신 다음날 같이 온몸의 근육이 시큰거린다. 왼팔에 연결된 전선을 거칠게 잡아 뜯는다. 전극의 접착면이 가루가 되어 바스러진다. 원래 되게 촉촉하고 젤리 같은 재질인데. 상당히 오래전에 부착된 것 같다. 완전히 말라 있다. 천천히 온몸에 붙은 전극을 하나씩 제거했다. 피부에 회색 가루가 들러붙어 불쾌했다. 몇 번 손으로 비비니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추웠다. 자다가 깰만하다. 천천히 일어나 모니터 화면을 둘러본다. 대부분의 모니터가 세 사람의 생체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몇 개는 까만 화면이 떠 있었다. 잘 둘러보니 구석에 마우스와 키보드가 있었다. 까만 창을 클릭하고 명령어를 하나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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