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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Apr 24. 2019

지구 종말하는 꿈  (2)

개꿈

  깜짝 놀랐다. 전 세계 인구의 2/3이 사멸한 이 시점에서 왜 유튜브에 내 얼굴이 걸린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 제목도 좀 그랬다. 영상을 클릭했다. 비장미 넘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영상은 뉴스 기사에서는 요약하여 다루지 않았던 현 상황이 벌어진 경과과정을 상세하게 풀어주고 있었다. 하긴. 뉴스 기사치고 장기간 벌어진 사건을 매번 요약하며 뒷 이야기를 추가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유튜브 영상을 클릭한 것 까지 기억이 난다. 여느 꿈처럼 어느새 장면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빈 침대에 걸터앉아 건너편의 황재민 형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기하게 영상에서 나왔던 정보는 머릿속에 잘 들어있었다.


  2년 전부터 이 세상에는 백반증이라는 질병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신체가 외부에서부터 조금씩 탄산칼슘으로 변하는 질병이다. 발병 초기에는 몸에서 비듬과도 같은 하얀색 부스러기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조금 지나면 몸에 흰색 반점이 생겨난다. 이 반점은 만져보면 각질과도 같이 거칠거칠한 표면이 특징이다. 이 반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면적이 커지며 딱딱해진다. 피부만 경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 반점은 피부 속으로 조금씩 침투하여 혈관과 신경을 조금씩 잠식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각도 둔해지고, 몸도 잘 안 움직인다. 혈관이 굳으면 피가 잘 흐르지 못하여 조금씩 신체 말단에서부터 괴사가 진행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괴사 된 부위 역시 탄산칼슘으로 변한다. 조금씩 신체가 대리석 조각처럼 굳어가며 죽어가는 질병이다.


  발병 기작도, 치료법도 밝혀지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 질병이 있었는지도 불명이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프랑스를 시발점으로 하여 유럽 전역에 빠르게 백반증이 전파되었고 그게 물 건너 미국까지 전해지는 데에도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북유럽 지역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바로 이듬해부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병이 보고되었다. 습윤한 지역일수록 질병의 전파가 빨랐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환자의 악화 속도가 빨랐다. 인류는 진퇴양난의 선택지에 놓여 있었다. 이 와중 대한민국의 발병률이 낮았던 이유는 북한과 전쟁 중이었기 때문이다. 입국자가 적으니 질병 유입이 더뎠던 것이다.


  그 와중 백반증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하여 남북은 종전하였고 종래의 휴전선을 복구하여 임시적인 국경으로 삼았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중국과의 무기 거래를 통해 대량의 백반증 보균자가 유입된 상황이었다. 어쩌다 보니 남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나중에 백반증이 유입된 국가가 되었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의 붕괴 양상을 관망할 수 있는 아주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고 대책도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백반증 TF를 개설한 지 반년 차,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특이한 현상이 보고되었다. 남후면 광음리에서는 백반증의 발병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정보는 비밀에 부쳐졌다. 많은 돈 많은 사람들이 남후면으로 이동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보균자가 유입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철저히 비밀리에 남후면 광음리가 청정지역이 된 원인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광음리의 공기를 분석한 결과 겨자의 매운맛을 만들어내는 글리코시놀레이트가 고농도로 측정된 것이다. 정부는 글리코시놀레이트 농도 분포를 조사하였고, 그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을 찾아가니 까만색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있었다. 상상텃밭의 식물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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