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프롬프트, AI 말고 남편이랑 어떠세요?

by 니디

'호모 프롬프트'


매년 새로운 키워드를 소개하며 한 해의 트렌드를 예상하는 경제도서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2024년 대표 키워드 중 하나로 '호모 프롬프트'를 꼽았다.


'호모 프롬프트'란 AI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다시 말해 AI에게 좋은 질문을 해 좋은 답변을 받아내는, AI와 좋은 티키타카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말한다.


AI를 잘 다룬다고?

그전에 프롬프트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면,


프롬프트란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채널이자, 방식, 그리고 AI와 말을 주고받는
연속적인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지칭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

컴퓨터 화면에서 명령어를 입력하는 깜빡거리는 밑줄(_)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본래의 프롬프트이다. 사실 프롬프트는 컴퓨터가 명령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단말기의 신호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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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생각이 스친다.


우리 부부도 서로에게 좋은 '호모 프롬프트'일까?


AI를 '부부'라는 단어로 바꿔 끼워본다.


'호모 프롬프트'란 부부가 서로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아 좀 어색한 것 같다.




그럼 대신 이건 어떨지?


'호모 프롬프트'란 부부간 좋은 티키타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종의 기술이다.


프롬프트란 부부가 서로 소통하는 채널이자, 방식, 그리고 부부간의 말을 주고받는 연속적인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지칭한다.


오, 그럴듯하다.


그럼 이 문장을 가지고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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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상황에서 우리 부부가 보이는 행동 과정이다. 이것은 분명 서로의 특성을 적용해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부탁할 때]


나 → 남편 :

1. 상냥한 목소리를 장착하고

2. 말 끝은 '~해주세요'로 끝나야 한다.

3. 포인트는 '시키는 듯한 말투'는 절대 금물! 남편의 삔또가 나가 버린다.

4. 부탁을 들어줬을 때는 꼭 먼저 칭찬을 해야 남편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


남편 → 나 :

1. 히히 거리며 계속 말한다.

2. 더 히죽 거리며 질릴 때까지 말한다.

3. 약간의 애교를 가미한다.

4. 결국 들어준다. 귀여워서 봐주는 격이다.


[싸울 때]


나 → 남편 :

1.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지양하고,

2. 남편의 말을 듣는다.

3. 중간중간에 대답은 꼭 해야 한다.

4. 남편은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무시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남편 → 나 :

1. 소리를 낮추고

2. 말을 고르고

3. 나의 입장 또한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수반해야 하며

4. 젠틀하게 한 발 물러나야 한다.

5. 나는 말에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궁금한 걸 물을 때]


나 → 남편 :

1. 진짜 궁금해서 묻는다는 느낌을 내뿜어야 한다.

2. '그냥'물어봤다고 하면 자꾸 '왜'냐고 물어오기 때문이다.

3. 이유 없는 궁금증은 남편을 불안하게 만든다.


남편 → 나 :

1. 궁금한 건 그냥 묻는다.

2. 내 경우, 뒤에 있는 숨은 이유는 사실 안 궁금하다.


[여행 갈 때]


나 → 남편 → 나 :

1.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거, 가고 싶은 곳을 남편에게 말한다.

2. 남편은 내 의견을 반영해 전반적인 여행정보를 찾는다.

3. 결과에 따른 옵션을 남편이 내게 제시한다. (여기서 옵션은 1차적으로 남편이 만족한 것들이 선별된다.)

4. 내가 고른다.

5. 함께 즐긴다.

6. 서로 뒷말은 없다.

7. 끝


[좋은 행동을 나누고 싶을 때]


나 → 남편 :

1. 남편이 해줬으면 하는 행동을 내가 먼저 며칠 동안 지속한다.

2. 남편이 보는 앞에서는 더 한다.

3. 스리슬쩍 미끼를 던진다.

(식탁 위에 책 올려두기, 밥 먹으면서 자기 계발 영상 보기, 운전할 때 세바시 듣기 등)

4. 한두 마디 꺼낸다.

5. '~하면 좋대.', '~하니까 너무 좋다. 진짜!!!!'

6. 기다린다. 대략 일주일 뒤면 반응이 온다.

7. 일주일 뒤, 남편은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남편 → 나 :

1. 해당 행동을 알게 된 출처를 호기롭게 나에게 말한다. 인스타, 유튜브, 직장동료 등

2. '나는 이제 이렇게 할 거야.'라고 더 호기롭게 말한다.

3. 나는 남편을 응원한다. '대단해!', '맞네! 맞는 말이네.'

4. 혼자 있는 시간이 오면 남편의 말을 상기한다.

5. 정말 맞는 말이라고 인정한다.

6. 행동에 대입한다.

7.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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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시절 정말 말 그대로 뒈지게 싸우던 우리라 서로를 다루는 기술을 나름 습득했다. 꽤나 정교하고 합리적이다.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하는 이런 노력들 덕분인지는 몰라도 요즘 우리는 일절 싸우지 않는다. 큰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감정을 상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우스꽝스럽게 웃고 떠들거나, 발전적인 대화를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AI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얼마나 잘 다뤄야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근데 난 다 떠나서, 내 남자 잘 다루는 기술이나 더 연마해야지 싶다. 평생 끼고 살 것은 AI 말고 내 남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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