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점 (1)
2020년 9월,
결혼식을 마치고 저희 부부의 최대 난제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 였습니다.
사실 옵션은 단 한개, '집값도 비싸고 사람도 붐비고 일자리도 녹록치 않은 서울 혹은 그 근방에서 살아내기'뿐이었죠.
그렇게 최대 난제를 마음 속에 품고 한 달 제주 신혼여행을 떠난 저희 부부. 도착하고 시간을 보낸지 딱 3일 만에 오빠가 제안했습니다. 제주에 살자고. 정말 땡기지 않았던 저는 몇 일을 튕겨댔지만 사실 서울 혹은 그 근방에서 산다고 해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일부터 구해보라 말을 던졌죠. 일을 구하면 살겠다.
'해산물 요리 맛집' 면접을 본 남편. 아쉽게 면접에서 떨어지고, 그 후 몇 일 동안 열심히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다니며 구직활동을 이어나갔죠. 그 시기에 신혼여행을 느낄 수 있던 부분은 서귀포시에서 제주시까지 드라이브를 하던 그 순간 뿐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저희는 4성급, 아니 3성급 호텔은 고사하고 저 어디 산속에 있는 습기 습습한 방에서 한 달을 묵었고 또 그리고 모닝을 빌려 여행을 시작했답니다. 물론 여행 중반부에는 에어컨도 마음대로 작동시킬 수 없는 것이 슬퍼 소나타로 차량 변경을 해 기분이 럭셔리해지긴 했어요. 저희의 소박했던 신혼여행. 때문인지 저는 아직도 신혼여행 다운 호텔을 그리워 하고 있답니다.
여튼 그러다가 남편은 정말 일해보고 싶은 브런치 카페를 찾게되었고,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오빠가 일을 구하고, 그 뒤에 저도 동물병원에 일을 구했죠. 신혼여행을 와서 정착까지 하겠다는 말에 양가 부모님도 얼떨떨해 하셨지만 그 당시 코로나 때문에 육지에서 딱히 분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분위기 였기 때문에 저희 부부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셨죠. 약간의 외로움이 걱정됐지만.. 일을 구한 뒤에 알파룸까지 딸린 월세 60만원 오피스텔을 잡아 우리 부부의 본격적인 시작을 시작했죠.
오빠는 외식업이고 전 동물'병원'이라 쉬는날이 맞지 않는..그래서 몸은 제주이지만 실상 생활은 서울 혹은 그 근방에서의 것과 비교하면 지극히 아무 차이가 없는 일상을 보냈어요. 낭만적인 제주살이는 저 멀리 파도위에 둥둥 떠당겼죠. 저는 점점 외로워졌고, 엄마 아빠도 보고 싶었고, 그래서 낯선 제주에 애정이 1도 안갔던 그런 나날들.. 친구는 고사하고 지인 조차 생길 기회가 없던 작년 그 시간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엄마 아빠가 있는 구리에 가려고 거의 일주일 마다 한 번을 비행기에 몸을 싣곤했죠.
사실 서울 혹은 그 근방 핑계를 댔지만 진짜 제주로 내려온 이유는 '시가로부터 탈출'이었습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너무 많은 갈등, 이상한 일을 겪어온지라 남편이 중대결정을 내리고 가시화 한거죠. 우리의 행복을 위해선 제주가 답이다!
하지만..제주는 너무 외로웠어요. 외로움을 밥 먹듯 느끼는, 애정결핍이 있는 저로서는 매일 친구를 만나지 않더라도 아는 사람이 한 명조차 없다는 이 현실이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제주에 많이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간다고 합니다. 물론 엄마들은 아이라는 매개체가 있어 원하던 원치않던 공동체 형성에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지만, 믿을거라곤 내 몸뚱아리와 남편뿐인 저에겐 정말.. 게다가 서로 휴일도 맞지 않는 날이면 운전도 못하는 저는 매번 뚜벅이 여행자가 되어야 했죠. 한 두번, 아니, 세 네번은 좋아요 뚜벅이 근데, 매일 같은 곳만 가고 가까운 곳만 가야하는 실정이라니..
한국에서 사회 초년생인 저희 부부의 월급은 당연히 넉넉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당장 서로의 시간도 맞지 않는 날이 많아 소소한, 제주스러운, 즐거움을 느낄 기회조차 없던 저희 부부의 제주살이. 물론 저녁을 함께 먹고 간간히 하던 외식 데이트, 시간 맞는 주말에 떠났던 익숙한 제주 여행 등은 좋았어요. 충분히 가치고 있었구요. 그것들은 제주에 터전을 넓히길 원하는 지금의 저희 목표의 근간이 되어주었답니다.
'시가'라는 현실로 부터 도망온 제주살이, 정말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손끝부터 발끝까지 가득 차 있던 그때, 과연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좀 더 밝고 가벼운 시간들이 찾아올까, 결코 '당연하지'라는 답이 쉽사리 나오지 않던 그때.
제주 정착 1년을 한 달 앞둔 지금, 어떤 변화들을 겪고 극복하고 또 행복을 쌓아나갔는지 써내려 가보려 합니다. 집은 사고 싶지만 도무지 살 수가 없는, 결혼 기념일을 맞아 근사하게 기분을 내고 싶지만 그 기분을 내려면 대단찬만한 각오가 필요한, 하루 열심히 정말 열!심!히! 벌어야 저축을 할 수 있는 그런 우리의 처지와 비슷한 분들의 공감을 원해서 쓰는 글입니다. 저는 정말 요즘 많은 분들과 생각을 나누며 성장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크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