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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ul 05. 2023

결혼식보다 장례식, 개업식보다 폐업식

이번 달 말 2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폐업할 예정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나의 첫 사업은 호기롭게 막을 내리게 될 것 같다.


너무나 비싸게 얻은 경험이다싶지만 '내가 지금 이 일을 그만두게 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라고 나의 멘탈을 눌러 차곡차곡 접어 챙기는 중이다. 어떤 이들은 웃으며 슬픈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했다. 어떻게 슬프지 않겠는가, 당연히 슬프다. 그렇다고 죽상이 된다 한들 상황이 변할 리 없으니, 앞으로의 일들을 그려가야지.


지인들과 단골들에게만 마지막을 알렸다. 그리고 나의 초록 식구들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된다면 저렴하게 혹은 그냥도 데려가달라고 하는 중이다. 식물을 좋아할지라도 식구가 된다면 살아갈 공간과 키워 낼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 식물인지라 선뜻 쉽게 들일 수 없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내가 다 안고 가고 싶지만, 그럴 공간이 없다. 처음에는 이전을 염두하기도 했는데 그럴 여력도 되지 않아 폐업수순을 밟는 중이라 어느 정도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맙게도 내 소식을 들은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연락해서 다 같이 가게에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아가들이 있는 세 가족이 찾아와 주었다. 아기 넷, 어른이 나를 포함해 일곱. 흙 놀이를 핑계 삼아 북적북적하게 모여 앉아 식사를 했다. 사실 제대로 앉지 못했다. 의자가 모자라 거의 뭐 서서갈비였달까. 그 누구 하나 가게 폐업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아가들이 흙 놀이를 하고 그 아가들을 어른들이 뒤치다꺼리하며 족발에, 치킨에 맥주를 홀짝였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하고, 결혼하고 가족을 이룬 후에는 이렇게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의 가족과 여럿이 함께한 시간은 처음이었다. 나는 그들과 조금 다르게 그때 취직도 하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네발 털 가족과 가족만 이루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다가 나의 폐업이 쏘아 올린 공이 가족대모임을 성사해 주었다.


친구들을 다 보내고 집에 돌아와 하루를 복기해 보는데 '경사보다는 조사를 챙겨야 한다'는 말이 괜히 생각났다. 가게를 그만하는 서글픈 상황에 시끌벅적하게 몰려와 우울함을 느낄 틈조차 주지 않는 그날이 꼭 가게의 장례식 같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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