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서 6년전 오늘이라며 알려준 사진.
정말 몇 안 되는, 내가 누나를 찍은 사진이다.
물론 누나를 찍으려 했다기보다는 삼대를 찍으려 한 것에 가깝지만...
어느날 계산을 해 보니 누나는 14800일을 살고 갔다.
나는 14684일째 살고 있고 8월 18일이 되면 나는 누나보다 산 날이 더욱 많아진다.
그럼 저 사람은 이제 동생이라 불러도 되는 걸까. 그럴 리 없지, 그럴 리 없어.
누나와 동생으로서 끝끝내 하지 못했던 화해를, 오빠와 동생이 된다면 해낼 수 있을까.
그 어려운 거 혼자 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지. 그럴 리 없어.
8월쯤이면 나오게 될 듯한 내 첫 시집의 출판일은 8월 18일 이후였으면 좋겠다.
당신 유골함 곁에 내 시집을 넣는 건 동생으로선 하기 힘들 것 같아서 달라진 관계에서 하고 싶다.
이미 우린 산 사람과 산 사람에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으로 달라진 관계라지만.
괜히 너스레를 떨고 싶어. 이제 내가 너보다 오래 살았다고,
그래서 여기에 네 얘기도 있다고. 그리고 그게 어쩌면
나 혼자 해 보는 화해라고.
이제 당신의 엄마와 당신의 딸 두 사람의 사진을 찍으며,
이것은 당신이 빠진 사진이 아니다... 당신이 빠진 사진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당신이 없는 사진이다...
생각하면서 화해할 것이라고도 말해주면서 유골함 곁에 내 시집을 둘 것이다.
시 같은 거 좋아했니? 그렇지 않으면 안 읽어도 된다.
이 책엔 산 당신을 그리워 하는 글보다는 죽은 당신을 두려워 하는 글이 더 많을 테니까.
그냥 이런 책도 있구나... 이런 책이 나왔구나... 정도를 생각하며
당신보다 오래 산 동생과의 화해를 꾀하는, 죽은 너를 상상해 본다.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