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영상제작에 꼭 필요한 것

출연계약서 작성은 꼼꼼히

최근에 SNS 바이럴 영상 제작 건으로 배우를 캐스팅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갑'이 되어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J가 여기여기 서명하고 간인하라고 하는데, 괜히 가슴이 벅찼다. 인사총무팀에 가서 총장직인찍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출연계약서 작성 시 염두한 사항

출연계약서 양식을 찾아보던 중 사회초년생의 어린 배우 친구들이 어처구니없는 계약(불공정 거래 계약)에 묶인 고민글들도 보게 되었다. 바이럴광고모델로 무기한 계약기간에, 출연한 영상의 용도/사용기간/횟수 무제한, 동종업계 및 유사동종업체의 광고 모델 출연 금지 내용으로 계약한 것이다. 대기업에서 수억의 출연료를 받고 계약한 게 아니다. 해당 계약으로 받은 출연료는 고작 10만원이었다.

나도 그랬지만, 막 사회에 나왔을 때는 계약서가 어렵다. 분명 한글인데 잘 읽혀지지 않는다. 초반 '갑'과 '을'이 누군지 규정하는 것까지 읽다가 문어체에 기가 죽어 다음장을 못 넘긴다. 그래도 읽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출연계약서 초안을 작성하면서 아래 내용을 가장 염두에 뒀다.

출연료, 지급시기, 지급방법

출연한 영상의 유통 기간

하루 중 몇시간 촬영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났지만, 회차가 많은 방송분야 표준계약서에는 지급주기, 이행보증, 최대촬영시간, 휴식시설, 사고조치, 미성년자 보호, 보충촬영, 계약불이행, 권리의 귀속을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작, '알기 쉬운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국가에서는 문화예술분야 표준계약서를 개발하고 보급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문화관광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에서 표준계약서 양식을 배포하고 있다. 

출연료는 최저시급을 고려해서 적정한 선에서 정했고, 지급시기는 정부에서 만든 표준계약서 상 '방송 익월 15일 이내 지급'이라고 명시된 부분을 고려해 지급시기를 정했다. 또한 소액이기에 계약금+잔금이 아닌, 촬영 후 일시지급으로 했다.

출연한 영상의 유통 기간이란, 출연한 영상의 사용 기한인데, 클라이언트로부터도 희망 기간을 받고 캐스팅된 배우에게도 '너도 이 부분이 뭔지 알아봐라. 그리고 희망하는 기간을 알려달라'라고 한 후, 양쪽을 커뮤니케이션하며 적정 기간을 정했다.

하루 몇시간짜리 촬영에 계약서를 쓴 이유

대학 졸업한 지 얼마 안된 사회초년생이었던 배우가 페이 뿐 아니라 이번 기회에 컨텐츠 유통 기간도 좀 알아보고, 교통비는 포함인지, 식사가 제공되거나 식비가 제공되는지 등등 계약서에 포함할만한 내용이 어떤 것이 있는지 경험하길 바랐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우리 프로젝트 다음 추후 다른 계약서 작성할 때 도움이 되길, '진짜 아닌' 쓰레기같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일 없이 본인의 꿈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및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준수했다는 점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서도 우수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인 것이다. '을'의 반란은 어렵다. 그러니 제작자들부터 바뀌어서 업계의 당연한 문화로 자리잡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