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아란 Feb 24. 2020

코로나19 피해서 간 곳, 알고보니

다음 명절엔 꼭 친정에 가야겠다




설날이 한참 지난 지금, 이제서야 친정엘 다녀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신종플루와 메르스 등 두 번의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갔지만, 남쪽에 살았기 때문인지 온몸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토록 실감하며 살게 될 줄, 서울로 이주하면서도 상상해본 적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점차 ‘외출하지 않고 버티기’에 한계가 왔다. 넷플릭스와 플스가 있어도 온종일, 일주일 넘게 집에만 있으려니 너무 좀이 쑤셨다. 우리가 무슨 민족인가. 노마드 족,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기에 노트북을 챙겨 친정으로 향했다. 설 명절에 친정을 못 가서 새해 처음으로 친정 가족들을 보는 것이기도 했다.


* 설 명절에 친정 못 간 이야기:


남쪽살이 짬밥 이십몇년, 그간 어떤 일이 이슈가 되어도 항상 서울과 관련있었지, 지방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당연히 지방이 더 청정지역일 거라 생각하고 코로나19를 피해 서울을 출발해 남쪽, 그것도 TK를 향했다.  그러나 그 때는 몰랐다. 청정지역을 향해 가던 것이 아니라 불구덩이로 뛰어든 것이었음을.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친정에 가는 길이 꽤 멀었지만, 오랜만의 외출에 꽤 들떴다.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J에게 도착하면 우리의 연애가 시작하게 된 곳에 다시 가서 산책하자고도 했다. 친정에 머무르며 부모님과 외식도 하고, 동생과 카페 나들이도 했다. (출발 전 동생에게 서울에선 외출을 못하니 스타벅스에 가고 싶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외출에서 마스크 쓴 행인은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서울에서 우리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잠깐 장을 보러 외출하게 되면 마스크를 꼭 착용했고, 우리 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행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친정이 있던 TK에선, 스타벅스 직원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앞서 얘기했듯, 남쪽에서 살면서 대부분의 이슈는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았고, 우리가 TK에 머무는 동안 확진자는 수도권 중심으로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로 향한 날,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후 급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난 지금,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던 그 거리가 다시 떠올랐다. 모두가 청정지역일 거라 생각하고 안심하며 다녔는데, 이렇게 뒤통수 맞을 줄 어떻게 알았을까. 어쩌면 지금 이렇게 빠르게 확산된 것도 마스크를 잘 안 끼던 거리의 모습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 다음엔 그냥 바로 친정갈 거니까 엄마도 시댁 가지마!


“이게 뭐야, 엄마가 명절에 오지 말라고 한 바람에 이 시국에 TK를 왔잖아! 담엔 그냥 명절 첫날부터 올 거야!!”


서울로 떠나는 날, 친정집 현관을 나서며 괜히 엄마한테 볼멘소리를 했다. 명절에 엄마가 시댁갔다오느라 피곤하다고 거절당해서 이제야 친정을 왔는데 이렇게 친정이 있는 TK에 코로나19가 판칠 줄은 몰랐다. 모여야할 때 모였어야 했다. 이번 추석엔 강제로 엄마가 시댁을 졸업하도록 J와 꼭 작당모의해야겠다 .


매거진의 이전글 그 질문은 50만원짜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