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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란 Jan 22. 2020

이번 명절에도 친정집에 못가나보다

엄마 이젠 졸업 좀 해!




“엄마, 이번 명절에도 안돼?”


명절 때 친정을 충분히 먼저 갈 수 있지만, 나는 친정을 갈 수가 없다. 엄마는 이번 설 명절에도 오지 말라고 하셨다. 엄마가 아직 시댁을 졸업 못했기 때문이다.




시댁 갔다온  딸과 사위 챙기기 바쁜 엄마


J와 연애할 때부터 시댁에 2박3일 놀러 가곤 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인 엄마 밑에서 자라 집에서 고기를 먹는 일이 적었기에 바베큐파티를 하는, 그것도 한우를 먹을 수 있는 시댁이 마냥 좋았다. 물론 결혼 후에도 변함없이 좋았다. 직장을 다니며 바쁜 일상을 보내다 명절 연휴 찾은 시댁에서 푸욱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을 앞두고 시댁을 먼저 가느냐, 친정을 먼저 가느냐 정하는 것은 양가 부모님의 스케줄에 100% 달린 문제였다.


혼인신고 후, 결혼식 전 첫 명절이었다. 엄마는 엄마의 시댁이자, 할아버지댁에 가야했고, 그래서 나는 시댁에 먼저 갔다가 명절날 늦은 오후에 친정으로 이동했다. 내가 시댁에서 먹고 쉬는 사이, 엄마는 시댁에서 청소를 하고 전을 부치고 설거지를 하고 차례준비를 하고 손님을 치른 후 우리와 함께 집에 도착했다. 집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나와 J를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과일을 깎고 우리가 쓸 새로 산 이부자리도 깔아주셨다. 예전 같았으면 집으로 돌아와 푹 쉬며 남은 명절을 보냈을 엄마였다. 그렇게 첫 명절을 정신없이 보내는 엄마를 보고 다음 명절에는 연휴가 조금 지난 뒤 친정집을 가겠다고 하자, 엄마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엄마들은 언제 시댁을 졸업할 수 있을까?


명절이 다가오면 인터넷 게시판에 명절 관련 고민글들이 급증한다. 명절이 다가오니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시댁과 남편에 대한 서운함 가득한 글들도 있다. 글을 읽어보면 3-40대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고부갈등을 겪는 50대의 며느리는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결혼 전만해도 명절날 시댁에서 일을 하는 나이든 엄마가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그래서 엄마들은 언제 시댁을 졸업하는 걸까? 한 남자 지인은 엄마로부터 시댁 졸업을 할 수 있게 빨리 결혼하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 엄마는 아직도 시댁 졸업을 못하고 있을까. 이것도 아들과 딸의 차이인 걸까?




엄마 이젠 졸업  해줘


명절날 나는 시댁에서 쉬는 것과 달리, 일하는 엄마가 계속 안쓰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 전처럼 친정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 게 뭔가 슬펐다. 친정집을 먼저 간다고 해서 누구 하나 뭐라할 사람 하나 없는데 오히려 친정엄마가 명절에 오지 말라고 하는 이 이상한 상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2020년 1월 1일부터 엄마는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검사하랴, 물리치료 받으랴, 최근 어깨 수술한 병원에서 또 검사하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1월을 보내고 있다. 나와 J는 이참에 졸업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엄마는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또 할아버지댁을 갈 예정인 것 같았다. 아직 시댁을 가는데는 엄마도 나름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도 예전처럼 친정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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