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프로젝트>가 시작한 지 3주차에 접어들었다. 그간 조금씩 한 주를 계획하고 회고하는 방식을 갖춰나가고, 새로 시도할 것들과 계속 해나갈 목록을 스스로 정리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딱히 서로를 규제하는 룰은 없지만, 한 가지는 꼭 도입하자고 했다. 바로 '서로 반말하기'였다.
나이 많은 상대만 말을 놓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생활 중 '서로 반말하기' 룰을 도입해서 경험해보니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이미 확인했다. 아니, 오히려 연장자에게 더 좋은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말을 놓게 되면 서로 간에 무의식적으로 존재하던 위계를 지우게 되는데, 이는 서로의 피드백으로 성장하는 대학원 생활에서 빛을 발했다. 반말하지 않는 사이와 비교했을 때, 반말하는 사이에서 주고받는 피드백의 양이 훨씬 풍부했다.
그런 점에서 <뭐라도 프로젝트> 또한 서로 반말하기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서로의 응원, 격려, 피드백으로 성장하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경험상 -님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는 위계를 온전히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꼭 서로 반말하기여야 했다. 안상무와 나는 이런 내용을 설명했고, 납득한 황전무는 바로 말을 놓았다. 서로에게 마음이 한층 더 열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위계 지우기'는 반말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아래글에서 쓴 것처럼, 우리는 회사놀이에 진심이어서 성에 원하는 직급을 붙여서 서로를 부르곤 한다. 그리고 이 직급 서열은 나이와 무관하다.
현재 뭐라도 프로젝트의 직급 서열은 대표>전무>상무 순인데, 최대표 '역할'을 맡은 나는 사업자등록증 서류상 진짜 대표이므로 최대표가 되었고, 그 외 팀원의 경우 막내가 오히려 더 높은 직급을 갖고 있으며, 최고 연장자인 안상무는 가장 서열이 낮다.
구글밋으로 회의를 할 때 상황극 놀이를 할 때도 있는데, 이런 식이다.
최대표: 안상무, 커피 좀 내려봐바
안상무: 시른데요.
최대표: 으아닛 뭐라고? 까라면 까야지. 회사가 학교야? 황전무!
황전무: 네...?
최대표: 아니 아랫사람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거야?
황전무: 죄송합니다 (웃겨서 자지러짐)
우리는 낄낄거리며 꼰대 언어를 쏟아내었고 안상무는 결국 커피를 내렸다.
위계를 지우기 위해 서로 반말을 하면서 직급으로 서열을 만든 우리가 정말 이상해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또한 무의식 중에 있는 우리의 서열의식에 저항하기 위함이었다. 아니, 막내가 좀 더 저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막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하는 망설임 없이 말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한 번은 이런 날도 있었다.
#뭐라도_그리기 를 담당하고 있는 황전무가 팀원의 프로필 일러스트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수정을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정한 기한을 넘기게 되었다. 그리고 황전무는 다시 존대를 하며 죄송하다고 톡을 보냈다.
위 카톡 캡처처럼 나와 안상무는 당당하게 '알아서 이해할 것을 요구'하라고 했다. 우리는 그저 언니오빠가 아니라, 함께 뭐라도 시도해는 동료니까. 아무튼 계속해서 우리 팀은 무의식적으로 존재하는 위계를 지우고자 애쓰고 있다.
반말과 관련하여 연초에 이러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위 글에 덧붙이자면, 나이가 들수록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 예를 들어 교수의 작업에 어느 대학생/대학원생이 딴지를 걸 수 있겠는가? 우리는 어딘가 사슬이 묶인 것처럼 반사적으로 '좋아요! 멋져요!'라고 말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종종 커뮤니티에서 보면 시니어 직장인들, 특히 디자이너는 (학생처럼) 서로 진득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뭐라도 프로젝트>는 '서로 반말하기'를 제시한다. 위계, 그리고 어쩌면 자존심까지 다 내려놓고 나이에 상관없이 피드백을 부담없이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함이다. 우리의 룰은 일종의 사회 실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 우리는 '반말'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기대된다.
뭐라도 프로젝트 팀원들의 소식은 인스타그램이 제일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