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인가 캐릭터인가
유명세에 미치지 못하는 작가의 전달력
(*스포 있음)
“스릴러는 경고입니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작가의 말. 곧이어 이번 경고는 인정욕구입니다.라고 이어지는 문장. 코웃음을 쳤다.
마치 중국집에 가서 밍밍한 맛의 짜장면을 먹고 나서 계산서를 들여다보니 짬뽕이 계산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이 책은 철저하게 스토리 중심적으로 봐야 하는 책이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에 연민을 가지고 공감하면서 봐야 하는, 캐릭터는 베이스만 깔 뿐 스토리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났는데 사실 캐릭터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어림도 없지.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다 보면 캐릭터와 스토리 둘 중 하나에 치중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김준후, 강치수와 같은 인물들의 특징이나 매력이 드러날 듯하면서 잘 드러나지 않았고, 지나가는 단역들의 이름조차 쓸데없이 나왔으며, 결말에 다다르면서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어딘가 구멍이 많이 난 인물들의 사고방식에 나는 읽는 동안 내내 ‘이 책은 스토리 중심이구나’ 싶었다. 만약 캐릭터 중심이었으면 분명 더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심리 상태나 그 배경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을 했을 테니까.
하지만 마지막에 “짜잔 사실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았고, 캐릭터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인정욕구였습니다~”라는 식의 작가의 말이 쓰여있었을 땐 결말만큼 당황했다(결말은 재밌다. 도파민 터진다).
예를 들어, 처음에 김준후는 그저 부인과의 결혼에서 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이혼을 기다리는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로 묘사되었다. 심지어 사립학교의 교사여서 재직 기간이 오래된 선생님들 사이에서 홀로 과도한 업무에 치이는 젊은 남선생님이라는 이미지까지 설정하였다. 그래서 채다현과의 관계는 오히려 이렇게나 불쌍하고 고독한 젊은 남자의 하나의 일탈이라면 봐 줄만 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 채다현의 죽음에 대해서는 어린 학생의 죽음에 부들부들해하는 인간적이고 정 많은 모습까지 보이니, 소시민적이고 소탈한 모습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되면서 점점 처음의 김준후의 모습을 잃어갔다. 김준후는 점점 내로남불적인 모습을 보이고, 신경질적이 돼갔으며, 비겁하고 냉소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예를 들어, 그의 전처인 영주를 대하는 태도며, 사건으로부터 도망갈 계획을 짜는 그의 모습은 처음에 내가 몰입했던 인간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다 마주한 작가의 말에서는, 원래 그것을 의도했던 것처럼 쓰여있으니 황당할 뿐이었다.
게다가 채다현이라는 캐릭터도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채다현은 사기죄를 일으킨 엄마를 잃고 할머니와 살아가다 작년에 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혼자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가며 살아가는 불쌍한 학생으로 나온다.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은 재개발이 들어간다는 소문만 무성한 인적이 드문 열 세 가구밖에 살지 않는 곳이다. 그곳에서 꿋꿋하게 자기를 괴롭히는 정은성에게 사죄하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김준후의 아내까지 찾아갈 정도의 열의가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 정도의 정신력이 있는 슬프지만 강인한 캐릭터로 그려놓고 결말을 그렇게 그린다? 채다현이 아까웠다.
그리고
당신을 이해하는 건 나뿐이에요.
라는 말을 책 표지에 쓸 만큼 채다현의 뒤틀린 심리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김준후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메시지의 겉 표면만 깔짝깔짝 보여주고 정작 제일 중요한 핵심은 묘사를 못 해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아쉬웠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재밌었다, 좋았다고 느낀 점은 "맺고 끊기"다.
챕터는 총 21개로 각 챕터의 분량과 끊어질 때의 스릴러적 요소가 재밌었다. 드라마로 만들면 시청자들 미칠 것 같기는 했다.
구성 좋고, 소재 좋고, 각각의 캐릭터성은 좋은데 그 배합을 잘못해서 섞어 놓고 독자가 생각한 의도가 아닌 다른 의도를 원래 의도였다고 당당하게 발표한 것 같다.
큰 기대를 하고 읽었고, 초반까지는 굉장히 재밌게 읽었으며, 중간중간의 묘사나 전개 방식은 흥미로웠으나 결말에 다다르면서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책 초반에 비해 아쉬웠으며, 책의 길이를 늘여 더 묘사해서 독자들을 끌어당겼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물음표가 남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