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 마이클 이스터

by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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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제목, 일반적인 사례 모음집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후기 영상을 보고 선택한 "편안함의 습격". 비슷한 느낌의 "경험의 멸종"과 같이 세트로 구매하였다. 사회과학책으로써는 지금 시대에 한 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에 대해 베스트셀러 라는 이름으로 쉼표 하나 정도 찍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얇지 않은 책 두께 중에 정작 재밌는 저자의 알래스카 생존기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보다 누군가의 카더라 사례들이 잔뜩 들어간 책이었다.



인간의 본능. 편안하고 싶고, 눕고 싶고, 안정적이고 싶은 마음. 더 많이 먹고, 더 따듯하고, 더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길 바라는 마음.

책은 이러한 마음이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된 현대시대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걸 놓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더 "잘" 살 수 있는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터뷰한 내용과 논문에 실린 통계 자료를 들이민다.


아니, 알겠고.

내가 읽고 싶은 건, 그런 논문에 나오는 숫자들이 아니라,

내가 만약 이런 삶이 아니라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된다면 어떤 경험을 해서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라고.


작가는 실제로 알래스카에 가서 한 달 가량 시간을 보냈고, 가기 전에는 신체 단련에 힘 쓰고, 가서는 배고픔과 추위를 이겨냈으며, 돌아와서는 안락감과 성취감에 행복해했다.


독자가 궁금한 건, 그런 것이다.

내가 만약 안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의 이 지루함과 나태로움에서 벗어나서 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안락함을 추구하지 않고 실제로 편안함을 버린 환경에서 지냈던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 책은 기껏 좋은 경험을 잔뜩 하고 돌아와서 분량을 맞추려고 한 건지, 아니면 정말 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쓸 데 없이 두꺼운 느낌이다.


책을 읽다보면 건강 관련 저널을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섬세한 표현력과 공감각적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능력이 대단하다. 실제로 저런 대사였을까? 실제로 묘사된 문장처럼 모습이 펼쳐졌을까? 싶은 호기심과 자극이 되는 문장들이 여럿이었다.


처음과 끝 부분이 가장 재밌었고, 중간의 그 전문가 선생님들의 사례들로 그득한 부분은 지루해서 건너뛸 정도로 맛이 별로였다.


차라리 알래스카에서 있었던 일과 그 곳에서 성찰한 이야기로만 엮었으면 더 큰 감동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번외)

홍학의 자리도, 편안함의 습격도, 지금 읽고 있는 무라카미 잡문집도 다 너무 실망스럽다. 모두 추천 받아서 읽었는데...

대신 오늘 시작한 가짜 노동 이라는 책은 꽤나 흥미롭다. 다 읽고 나서도 그 재미와 인사이트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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