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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입가경 Feb 11. 2021

00. 현관 센서등을 꺼트리지 않으려면

팔을 계속 휘휘 저어야 한다.

<현관 센서등>이라는 새 매거진을 발행했다.

긴 글로 풀어내기는 힘든 짧은 순간의 반짝이는 대화나 생각을 기록해 놓으려고 한다. 현관 센서등이라 이름을 지은 이유는, 인기척이 느껴질 때만 잠깐 반짝하는 센서등이 종종 놓쳐버리는 반짝이는 찰나와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에는 현관등을 가지고 시도 썼다. 다짐이나 계획을 돌아서면 까먹는 내가 꼭 현관 센서등 같아 보였다.)

그래도 센서등은 한 번 켜지면 충분히 빛을 낸다. 신발을 찾아 신고 매무새 정도는 확인할 수 있으니까. 짧지만 실용적이다. 여기에 유용하고 반짝이는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가로등처럼, 꼭 필요할 때 은은하게 오래오래 빛을 내는 글의 일부분이 될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나는 현관 센서등을 꺼트리지 않으려고 팔을 계속 휘휘 저어야겠다.


 


@coffeesa maria /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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