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못난 생각이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좋은 결과물이 나왔으면 합니다. 이건 어느정도 유튜브라는 생태계가 갖춰지면서, 가성비라는걸 신경쓰게 되면서 생긴 기이한 지점인데요. 심지어 거기에 더해, 숏폼 콘텐츠를 하루에 하나씩 찍어내다보니 더더욱 절실해지는건,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결과물을 뽑아내고 싶다는 것입니다.
2.
여기서 더 만지면 퀄리티 좋을거 다 알지만 '에이 끽해야 유튜브에 올라가는건데 뭐'하는 마음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심지어 최근엔 후반작업 없이 원본 파일 자체가 매력적인 촬영 장비는 없을까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촬영보다 내용이 중요한 시대에, 화면에 힘 들이진 않으면서 남들과 달랐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는거지요. 그래서 흔히들 빈티디 캠코더라 부르는 시대착오적 장비들에 손을 댑니다.
3.
하지만 웃기게도, 퀄리티를 포기하면서까지 시간을 얻었는데, 그 얻은 시간동안 캠코더로 색보정 하는데 매달립니다. 궁시렁대요, '아 캠코더는 보정의 한계가 있어'센서 크기가 어떻고 DR이 어떻고. 결국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떠올립니다. '그래 그걸 쓰면 이 고민이 해결될거야!'이 고민이 왜 생겼는지는 또 까맣게 잊은 채로 4K 4:2:2 10비트에 매달리지요. 클립 하나에 몇시간씩 매달립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투덜대요, “큰 시간 안 쓰고 좋은 결과물을 얻고 싶어!”
4.
그러니 우리는. 아니 우리라고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결국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시간을 써야 합니다. 시간만 쓰면 다행이게요? 원하는 화면을 볼 수 있는 눈. 다양한 색을 만져본 경험.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장비나 돈,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거의 확실히 필요합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에요. 마음에 쏙 드는걸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거나. 마음에 쏙 들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거나.
5.
그런데 저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떻게 찍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