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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Feb 20. 2023

기록 매체의 딜레마

1.

못난 생각이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좋은 결과물이 나왔으면 합니다. 이건 어느정도 유튜브라는 생태계가 갖춰지면서, 가성비라는걸 신경쓰게 되면서 생긴 기이한 지점인데요. 심지어 거기에 더해, 숏폼 콘텐츠를 하루에 하나씩 찍어내다보니 더더욱 절실해지는건,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결과물을 뽑아내고 싶다는 것입니다.


2.

여기서 더 만지면 퀄리티 좋을거 다 알지만 '에이 끽해야 유튜브에 올라가는건데 뭐'하는 마음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심지어 최근엔 후반작업 없이 원본 파일 자체가 매력적인 촬영 장비는 없을까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촬영보다 내용이 중요한 시대에, 화면에 힘 들이진 않으면서 남들과 달랐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는거지요. 그래서 흔히들 빈티디 캠코더라 부르는 시대착오적 장비들에 손을 댑니다.


3.

하지만 웃기게도, 퀄리티를 포기하면서까지 시간을 얻었는데, 그 얻은 시간동안 캠코더로 색보정 하는데 매달립니다. 궁시렁대요, '아 캠코더는 보정의 한계가 있어'센서 크기가 어떻고 DR이 어떻고. 결국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떠올립니다. '그래 그걸 쓰면 이 고민이 해결될거야!'이 고민이 왜 생겼는지는 또 까맣게 잊은 채로 4K 4:2:2 10비트에 매달리지요. 클립 하나에 몇시간씩 매달립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투덜대요, “큰 시간 안 쓰고 좋은 결과물을 얻고 싶어!”


4.

그러니 우리는. 아니 우리라고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결국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시간을 써야 합니다. 시간만 쓰면 다행이게요? 원하는 화면을 볼 수 있는 눈. 다양한 색을 만져본 경험.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장비나 돈,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거의 확실히 필요합니다. 그러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에요. 마음에 쏙 드는걸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거나. 마음에 쏙 들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거나. 


5.

그런데 저기, 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떻게 찍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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