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고, 에세이를 쓰는 시간을 가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슬프게도 삶이 바빠지니 돈이 안 되는데에 쓰는 시간부터 줄여나간다. 당연한 이야기다. 바빠 죽겠는데 잠 잘 시간도 없는데 산책은 꾸준히 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뇨 환자에겐 식후 산책이 좋다구요! 그럼 그건 산책이 아닌 운동에 들어간다. 여기서 말하는건 쓸모 없는 시간. 그렇지만 좋아하던 시간을 줄여가는 슬픔을 이야기한다.
나는 더이상 하루에 한시간, 두시간씩 글을 쓰지 않는다. 스레드 계정은 키우고 싶어서 짧은 글은 종종 쓰지만. 블로그도 키우고 싶어서 사진과 함께 올리는 글은 쓰지만. 콘텐츠 대본은 쓰지만. 의뢰 받은 에세이 기고를 위해 200자 원고지 9~10매(A4 1장+3~4줄 정도, 160%, 10pt: 2000~2100자)에 해당하는 글은 쓰지만. 아무 의미 없는, 순수하게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은 안 쓴지 오래됐다. 기억도 안 나는걸 보니 최소한 1년. 어쩌면 2년.
지금 쓰는 글도 브런치에 올려야지, 생각하고 쓰는 중이라 목적 없이 순수한거라 할 순 없겠다. 애초에 나의 모든 창작활동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지니까. 순수한거는 뭐가 있을랑가, 게임? 젤다에서 집 꾸미는건 온전히 나를 위한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마시고, 말하자면 목적을 위한 수단이냐. 혹은 수단을 위해 만들어진 목적이냐의 차이가 아닐까. 요즘엔 유튜브에 올리고 싶어서 영상을 만든다면, 예전엔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 유튜브를 만들었으니까. 미묘하게 달라요, 미묘하니까 같아 보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하는 모든 콘텐츠 중 지금 가장 순수한게 토크가 아닐까 싶다. 인스타랑 틱톡에 올리긴 하지만, 이게 어떤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압박은 없다. 스레드에 주구장창 썼던 글들이 그냥 사라지긴 아까우니까. 생각 아카이빙의 개념으로 영상을 찍고,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다닌다! 하고 과시하기 위해 업로드를 한다. 그러니 이건 릴스 틱톡이 토크를 하고 싶단 목적의 수단이 된다.
이 에세이도 마찬가지로 브런치에 뭔가 올리고 싶단 목적의 수단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에세이 역시 블루투스 키보드를 휴대폰에 연결해서 글을 쓰고 싶단 목적의 수단이다. 목적은 과정에만 있는 줄 알았나요? 이렇게 수단이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부분의 경우 이걸 더 좋아합니다. 살짝 말장난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말장난으로 커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겠다.
나의 삶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살아가지 않는다.
나의 목적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다.
만족스러운 에세이 시간이었다. 늘 나와 놀아줘서 고맙습니다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