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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넬의 서재 May 21. 2021

1년 동안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과 지냈다.

웹툰 <이토록 보통의> 웹소설화 2편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 에피소드 중 (다음 웹툰, 캐롯 작가)

이 시리즈는 다음 연재 웹툰 <이토록 보통의>의 두번째 에피소드인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편의 웹소설화입니다. 이 웹소설은 캐롯 작가님의 원작에 기반한 팬창작 웹소설로, 상업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웹툰 <이토록 보통의>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는 다음 웹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2021.05 기준)


웹소설화 1편(전편) 보기: https://brunch.co.kr/@neilsbook/96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 5화 중 (다음 웹툰, 캐롯 작가)




제 5화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연스레 손이 입가로 갔다. 


"뭐... 뭐야... 뭐가 대체..." 


그러나 당황하다 못해 충격을 먹은 나와는 달리 P는 왠지모를 측은지심이 가득한 모습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뭐긴 뭐야. 은기가 애타게 불렀던 P지..." 


"괘... 괜찮아? 방금 저기... 저기로 끌려갔는데?" 


P는 말을 더듬는 나를 보며 귀여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뜻을 알 수 없는 그녀의 웃음에 벙찐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웃음을 숨죽이려는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느 부분에서 같이 웃어줘야 할지 모르는 나는 들썩이는 그녀의 떨림만을 바라봤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공기 반 소리 반을 내며 그녀의 웃음이 거칠어졌다. 나는 곧 손등으로 웃음을 틀어막는 그녀가 웃는게 아니라 흐느끼고 있음을 발견했다. 


"흐..흐흡... 흑... 흐흑... 은기야, 너무 보고 싶었어!" 


웃고 있는 줄만 알았던 그녀는 어느새 엉엉 울고 있었다. 벌게져서 잔뜩 일그러진 모습으로 꺽꺽 거리며 눈물을 쏟는다. 그런 모습을 내게 보이는게 싫었는지 P는 내 품 안으로 달려들어 머리를 박고 눈물을 쏟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그런 그녀를 안아주지도 못하고 혼자 바보처럼 중얼거리는 나였다. 


* * * 


"뭐? 복제 인간 로봇?" 


얼마 후, 나와 P가 모두 진정된 상태에서 P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응. 자기가 그때... 너무 힘들어했잖아." 


식탁에 마주앉은 P는 조금 전 상황에 대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공무 집행 로봇들이 끌고 간 건 진짜 P가 아니라, 자신이 그동안 나를 위해 내 옆에 배치해둔 로봇 P였다는 것이었다. 


복제인간 로봇. 


구형 로봇만 다루는 우리 가게에서는 취급하지 않지만, 소문으로 익히 들어온 것이었다. 연인, 혹은 가족이 죽고, 혼자 남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다는 그 로봇. 로봇이라고 하지만 모든 부품이 인간의 DNA를 조작하여 생산해낸 것이기 때문에 모든 생리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스스로 사고하기까지 한다고 했다. 아주 정교하게 빚어낸 외양에 연인과 가족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입력하면, 지난 날의 추억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완벽한 대체용 복제 인간 로봇이 완성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 사랑하는 사람과 두 번 다시는 헤어질 필요가 없는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내려왔다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그 유명한 복제인간 로봇말이다. 


P는 1년 전 그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깨어나는 나를 보며 내 곁에 남아있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고 후,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했지만, 매일 밤 비명을 지르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나를 지켜보기가 무척 괴로웠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 죄책감 등이 P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우수한 능력을 인정받아 탐사팀으로 선발되었다. P가 이 자리를 거머지기까지 쏟은 노력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축하하고 인정해줬다. 하지만 그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발탁된 자리를 그녀는 좇아갈 수 없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혼자 괴로워하게 지구에 버려두고 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삶이 자신을 시험하기라도 하는 듯,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게 무엇인지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퇴원 후에도 악몽에 시달리며 밤마다 식은 땀을 흘리는 나를 보며 P는 자기 세뇌라도 하듯 이 말을 계속 속삭였다고 한다. 지금 당장 이 괴로운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해 나를 영영 잃을까 두려웠다고 했다. 


"나는 은기를 사랑해. 나는 은기를 사랑해. 나는 은기를 사..." 


그때, 그녀의 친구가 그녀에게 한 줄기 구원과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P, 그거 있잖아. 복제인간 로봇- 죽은 사람 복제만 신청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산 사람을 대상으로도 만들 수 있대." 


인생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구나- 라고 P는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은 나와 P 둘 다 행복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했다. 그것은 1년 동안 내 곁에 있어 줄 자신의 복제 인간을 만들고, 진짜 P는 탐사를 떠나는 것이었다.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 6화 중 (다음 웹툰, 캐롯 작가)



제 6화



P의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머릿 속이 한가득 혼란스러웠다. 방금 들은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 1년간 함께 생활했던 P가 사실은 진짜 P가 아니었다니. 내가 나도 모르게 사랑하는 P가 아닌 다른 사람과 동거를 해왔다니. 아니, 복제인간 로봇이니 그녀도 P였다고 해야할까? 내가 매일 밤 사랑을 속삭이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상대는 누구지? 무엇이 진짜지? 나의 지난 1년 동안 꿈을 꾼 것에 불과했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나에게 P가 등 뒤로 와 어깨를 감쌌다. 


"화났어?" 


"말이라고 해..." 


"미안, 미안..." 


"너 진짜 이상해. 너는... 일 년 동안 내가 다른... 다른... 여자랑 함께 사는 동안에도 아무렇지도 않았어?" 


나는 화도 나고, 황당하기도 하여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P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뭐어? 다른 여자? 아니지. 나잖아. 나." 


나는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P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런 나의 표정을 보고도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 복제 인간이 한 행동은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내가 이 경우에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 하고 예측한 값일 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보낸 1년은 나랑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나도 똑같이 했을텐데, 뭐." 


왜였을까. 순간 로봇 P가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또 팩하고 잠들었냐고 피부가 까칠하다고 사랑스럽게 투정부리는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의 넌 누구였지? 



* * * 


"미안해... 하지만 이제 다 잘된 거잖아. 나는 꿈을 이뤘고, 이제 다시 우주에 갈 생각은 전혀 없어. 이제 영원히 은기 곁에 있을 거고,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온 거야." 


또 한참 시간이 흐른 뒤, P는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사태파악이 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진짜 P라고 믿었던 로봇 P의 행방이었다. 


"복제...인간은 어떻게 되는거야?" 


조금 전의 미안하던 기색은 사라지고 P는 순간 불쾌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톡 쏘아 물었다. 


"그게 왜 궁금해?" 


그리고는 금방 다시 평소처럼 헤헤- 웃으며 내 쪽으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 


"헤헤. 착한 우리 은기. 복제 인간은 완벽하게 포맷되어서 다른 나라로 보내질 거고, 보조금 받고 취업도 하고, 행복하게 지낼 거야. 그 돈은 우주 탐사로 번 돈의 일부로 지불했고. 폐기 할 수도 있지만, 내키지 않아서. 회수해갈 땐 좀 거칠었지만, 가서 충분히 설명을 듣고 난 뒤에, 포맷 전까지는 항공국 근로자 아파트에서 잘 지낼 거야." 


"말도 안돼..."


나와 1년 동안 함께 추억을 공유하던 존재가 완벽하게 포맷된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또 다른 네가 어딘가 있다는 게 꺼려지지는 않아? 소름돋고..." 나는 물었다 .


"순진한 생각마, 은기야. 이렇게 넓은 우주에, 지구에 똑같은 별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또 다른 지구의 생물체들도 똑같은 진화과정을 거쳤을 텐데, 너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을 거 같아? 상관없잖아. 게다가 내 경우에는, 오리지널은 나인걸." 


P는 책상 위에 세워진 우리 둘이 함께 찍은 사진액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모든 혼란이 생기기 전 평화로웠던 시절의 사진이었다. 몇 초의 침묵 뒤, 그녀는 액자를 책상 위에 뒤집어 놓으며 말했다. 


"너무 화내지 마. 꿈이랑 은기 모두 놓치기 싫어서 그랬어. 결과적으로 둘 다 원하는 걸 얻은 거잖아." 


딱히 반박할 수는 없지만, 화가 났다. 


P의 마음은 안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녀가 꿈을 위해 얼마나 오랜시간 노력해왔는지.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원작 웹툰 <이토록 보통의> 중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 보러가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4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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