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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빈 May 09. 2021

내가 뭐길래

작년 부터 

동네에 길게 화단을 만들어서 이웃들과 함께 관리를 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가 관리하고 있던 화단을 넘어

원래 동네에 있던 화단을 개선하고 관리해 나가고 있다.


총 길이로 치면 180m는 족히 되는 긴 화단을

12명의 이웃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이웃 1명, 총 13명의 이웃들이 함께 보듬고 있다.


이 13명의 이웃들은 동네에서 꽃 집을 하시는 사장님도 있고

평범히 직장을 다니는 한 젊은 여성 분도 있고

이미 두 자식을 모두 군대에 보낸 어머니도 있고

대학교에 다니는 20대 초반의 학생도 있고

동물을 좋아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여성도 있고

사람과 뭔가 하는 걸 좋아하는 청년도 있고

기타를 치며 항상 풍류를 몸에 품은 음악가도 있고

모이기만하면 왁자지껄 티격태격 으쌰으쌰하는 중학생 씩씩이들도 있다.


오늘도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저번 식목일에 동네 화단에 심어 놓은 식물 주변 잡초를 뽑고

겨울을 나며 안쓰럽게 얼어 죽어 버린 식물들을 새 식물로 이어줬다.

그 새 봄이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새끼들을 뽑아낸 나무들도 잘 분주해 두었다.

분주해 둔 이 화분들은 조만간 동네 사람들에게 분양 될 것이다.

식물들은 참 보배다. 스스로 참 잘 자라나고 무언가를 우리에게 계속해서 주어댄다.


아침 9시에 모여 먼저 잡초를 뽑는데, 근 한 달 만에 얼굴들을 보니 무척이나 서로 반가웠다.


"꽃 닮은 분이 갑자기 와서 못 알아볼 뻔 했네~"


서로가 맞이하는 인사가 오늘 날씨만큼이나 맑고 빛나보였다.

사람들이 식물을 만지며 서로 안부를 묻고, 농을 주고 받고

중학생 또래 친구들끼리는 또 티격태격 했고

전 날 술을 많이 먹은 음악가는 오늘도 음주가무 정신의 위대성을 중학생들에게 전했다.

손이 빠른 꽃집 사장님은 20년 넘게 식물을 만지시면서 오늘도 뭐가 그렇게 즐거우신지 싱글벙글 했다.

다들 모자르고 어설프고, 그래서 시간은 예상보다 오래걸리고 힘도 들어보였는데 뭐랄까, 

내가 이 사람들의 어울러진 모습들을 보고 듣고 있으면, 

길을 지나가는 이웃들의 칭찬과 기쁨의 웃음, 할머니가 짐 바구니에서 꺼내 준 시루떡 봉지,

청명한 해와 맑은 표정들과 재잘거리는 소리와 녹색과 그리고 풀과 흙내음 이 모든게 말이다.

내가 뭐길래 이렇게 아름다움 광경을 보여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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